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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고 미울수록 떡 하나 더

입력
2022.03.3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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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집보다 대통령 집부터 꺼낸 尹
용산행 서두르지 말고 文도 협력해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건 정치의 봄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승패를 가른 건 부동산 세금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종합부동산세가 정권 교체로 이어졌듯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과 세 부담, 더 커진 양극화도 결국 배를 뒤엎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메시지는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 주겠다는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묵묵히 일한 사람은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고, 이사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국가를 약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선거를 통해서 뽑힌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집무실을 어디에 둘지 정도는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의 집이 아니라 대통령의 집 문제가 가장 시급한 국가 현안인지는 갸우뚱거리게 된다. 국민들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새집을 어디에 마련하느냐로 나라는 더 시끄러워졌다. 윤 당선인은 서민들의 집 걱정부터 챙겼어야 마땅했다. 순서가 틀렸다.

과정은 더 문제였다. 윤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과 멀리 떨어져 소통에 문제가 많다고도 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제왕적 권력의 극복을 제왕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인 건 모순이다. 국민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도 한 번 없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뒤 ‘나를 따르라’며 ‘좋은 이름 지어주세요’라고 하는 건 소통이 아니다. 바야흐로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시대, 물리적 소통에 방점을 둔 집무실 이전이 과연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번에도 순서가 틀렸다.

더구나 용산행은 현 청와대와 국방부 협조가 필수다. 그러나 사전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집주인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세입자를 갑자기 내보내야 할 땐 위약금과 복비, 이사 비용까지 쥐어 주며 통사정을 해야 한다. 이사 갈 곳을 구하고 날짜를 맞추는 데도 두세 달은 걸린다. 아무리 당선인이고 예비 국군통수권자라고 해도 한 달여 만에 짐을 싸 나가라고 ‘명령’하는 건 반발만 부른다. 역시 순서가 틀렸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이런 후임자가 위태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물러날 권력이 제동을 거는 건 일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회사에서 부장이 바뀐다고 쳐 보자. 후임자가 임명장을 받고 인수 인계를 위해 사무실로 가 봤더니 공간 구조가 영 맘에 안 든다. 권위적 환경은 창의적 사고도 막는다. 이런 사무실로 들어가면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성공하고 싶은 후임자는 비장한 각오로 사무실을 아예 회사 밖에 차리겠다고 선언한다. 전임자가 볼 때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장 업무 공백 걱정이 태산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새로 깐 서버와 컴퓨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건 차치하고 외부 손님들을 어디에서 맞을지도 답이 없다. 그렇다고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바깥에선 옹졸한 전임자가 몽니를 부린다고 볼 수도 있다. 내키지 않아도 지원하는 게 모양새가 덜 빠진다. 책임은 후임자 몫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났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온도차가 감지되며 국민 불안감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대해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집이라고 안내했다. 국민들은 두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인수인계를 잘해 주길 바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너무 서두르지 말고 문 대통령도 적극 협조하는 게 순리다.

상춘엔 늘 봄(常春)이란 뜻과 함께 봄을 즐긴다(賞春)는 의미도 있다. 국민들은 코로나의 끝이 보이는 이 봄을 정말 나라 걱정 없이 즐기고 싶다. 정치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건 청와대 정원이 아니라 협치의 봄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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