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흑막’인가… 평화협상서 존재감 드러낸 아브라모비치
알림

‘흑막’인가… 평화협상서 존재감 드러낸 아브라모비치

입력
2022.03.30 17:34
수정
2022.03.30 17:52
17면
0 0

정치계와 거리 뒀던 아브라모비치 前 첼시 구단주
29일 터키서 열린 평화협상서 러시아 측과 함께 자리

29일 터키 대통령실이 공개한 동영상에 포착된 로만 아브라모비치(붉은 원 안). 이날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5차 협상이 열렸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29일 터키 대통령실이 공개한 동영상에 포착된 로만 아브라모비치(붉은 원 안). 이날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5차 협상이 열렸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영국 프로축구리그 첼시 구단주가 뜬금없는 장소에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5차 평화협상이 열린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에 러시아 협상단에 섞여 참석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인데, 그가 평화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터키 대통령실 측이 공개한 5차 협상 관련 사진과 동영상에서 협상단 뒤편에 앉은 아브라모비치는 시종일관 밝은 얼굴이었다. 앞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비공식 평화협상을 벌이면서 시력 상실 등의 증상이 발생, 독극물에 중독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거리가 멀 정도로 건강해 보이기도 했다.

의문은 그가 왜 그 자리에 있느냐는 점이다. 아브라모비치는 그간 문화, 스포츠 행사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터뷰도 하지 않는 등 주목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모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평화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의 분과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더니 급기야 이날 5차 협상에선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대체적으로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숨은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모계가 우크라이나로 알려졌는데, 그런 그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밀 특사'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브라모비치가 개전 4일 만에 벨라루스에서 열린 협상은 물론 터키가 중재한 협상 트랙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에 참여하는 한 인사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을 '중립적 중재자'라고 소개해왔다. 주된 역할은 푸틴 대통령에게 '진솔한 언어'로 우크라이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공식적인 경로보다는 비밀 창구를 선호하는 푸틴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아브라모비치에게 주어진 역할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러시아 전문가 크세니아 스베틀로바는 NYT에 “아브라모비치는 공식 협상단의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운신의 폭도 넓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도 그를 ‘푸틴의 귀’이자 핵심 메신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핵심 멤버인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우와 친밀하다는 점도 양국을 잇는 가교로서 제격이라는 평가다. 협상 과정에서 아브라모비치의 역할을 인정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에 직접 그의 제재를 유보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그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중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잖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폭을 넓힐수록 그의 부가 증발하게 되는 만큼, 제재 확대를 막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푸틴 정권 역시 서방의 제재 중단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크렘린과 아브라모비치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러시아 야권 대표 격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이자 탐사전문 기자인 마리야 펩치흐는 가디언에 “22년간 푸틴의 꼭두각시였던 그가 갑자기 피스메이커가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진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