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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국민 설득이 우선이다

입력
2022.03.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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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인, 속도조절 대신 정면 돌파 선택
안보공백, 예산 등 국회와 충분한 협의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조감도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취임식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근무하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취임식까지 50일가량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천도’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사업을 단기간에 진행하다가 코로나 극복 등 국정 최대 현안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윤 당선인은 당초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지만 경호와 보안 등의 문제로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최종 낙점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시대는 시민들에게 재앙 수준”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집무실을 포기한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반면 영내에 지하벙커와 헬기장을 갖춘 국방부 청사는 경호와 보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주변 용산 기지를 공원화하면 국민과의 소통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문제도 그리 간단치 않다. 계획대로라면 국방부가 영내 합동참모본부로 이전하게 되는데, 전문 이사업체를 24시간 풀로 가동해도 단순 이사에만 20일 걸린다는 게 국방부 판단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지휘통제 시스템의 연쇄 이동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를 이전ㆍ재구축하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다. 합참이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기 전까지 국방부 영내에 3각 안보 컨트롤 타워가 공존하는 문제도 군사 대비 태세 관점에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이전 비용이나 편익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에서 최대 1조 원의 비용을 거론하자 윤 당선인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연쇄 이전 등에 소요되는 496억 원의 견적서를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에 근무지원단을 포함한 국방부 영내의 군사시설 이전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장기적 차원의 합참 이전도 고려하지 않았다.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국방부 청사까지 출퇴근하게 될 경우 안 그래도 비좁은 이태원로 2차선의 교통 대혼잡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 소통을 위해 활용한다는 용산공원도 임기 말인 2027년에나 현실화할 수 있다.

국정 최고지휘부를 상징하는 대통령 집무실을 50일 만에 이전하는 데 대한 국민적 우려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깡그리 무시한 결정 과정은 완전한 졸속, 불통”이라는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비판도 그런 우려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적 우려를 외면하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일 게 아니라 청와대, 국회 등과 충분히 협의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다. 국방부 청사를 윤 당선인 당대에만 사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후대까지 고려해 지속 가능한 대통령 집무실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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