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마리우폴 초토화… 러시아 전력 우세
방어전 지속하려면 서방 무기 공급 가속화해야
전투기 파견 거부한 美, 동유럽 무기 지원 논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을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개전 20일째인 15일(현지시간)에도 수도 키이우는 함락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러시아의 속전속결 점령을 단언했던 초기 전망과 비교한 상대적 평가일 뿐이다. 여전히 절대적 전력 면에서는 러시아군이 우세하다. 화염으로 뒤덮인 제2도시 하르키우, 민간인 사망자가 2,400명에 달하는 동남부 마리우폴 등이 그 증거다.
영국 가디언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포격에 맞설 무기를 더 확보하지 않으면 전선은 도시 중심부로 이동할 것”이라며 키이우 도심 포격전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이미 러시아 포병부대는 키이우를 북서쪽부터 북동쪽까지 포위하고 있다. 실제 방어막을 겹겹이 세워 둔 키이우에도 이날 미사일이 날아들어 도심 아파트가 파괴되고 최소 2명이 숨졌다. 이미 키이우 도심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 것으로, 하르키우와 마리우폴처럼 초토화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러시아 포병부대만 우크라이나의 2.5배 규모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까지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무려 900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닉 레이놀즈 지상전 전문가는 “러시아군의 포격과 대응포격 능력은 압도적이기 때문에 장거리 포격전이 격렬하게 벌어질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승리할 희망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서방국가가 지원한 무기들이 맹활약했다. 군사전문매체 ‘오릭스 블로그’가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양국 군의 손실 규모를 추적한 결과, 3주 동안 러시아군이 상실한 군사 장비는 최소 1,054개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잃은 것보다 4배나 많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자료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손실률을 따지면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다. IISS가 전쟁 이전 집계한 기갑전투차량은 러시아가 1만5,857대, 우크라이나가 3,309대로, 현재까지 확인된 기갑전투차량 손실률은 러시아가 4%, 우크라이나가 6%였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토록 절실하게 서방국가에 군비 지원을 호소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터키제 정찰ㆍ공격용 드론(TB2) 12대, 미국제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36) 13기, ‘성 재블린(St Javelin)’이라 불리며 추앙받는 미국제 대전차 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군비 증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세를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더 많이, 더 빨리 보내서 군비를 ‘극적으로’ 강화해야만 살인적이고 소모적인 시가전을 피할 수 있다”며 서방국가의 무기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결국 무기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미국 상ㆍ하원 의회 연설에서 전투기 지원을 또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확전 위험을 이유로 이미 거절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전투기를 당장 보내라”는 초당파 의원들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전투기 파견보다는 전투기급 위력을 발휘하는 방공 시스템 구축과 대전차 무기 지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군이 주로 구소련이나 러시아제 무기로 훈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보낼 수 있는 무기는 한정적이고, 오히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유럽 회원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이번 주 나토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뒤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를 방문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WP는 슬로바키아가 보유한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우크라이나군이 훈련 중인 부크(Buk)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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