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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웃지 못했다... '갈라치기 정치'에 옐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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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웃지 못했다... '갈라치기 정치'에 옐로 카드

입력
2022.03.10 21:50
수정
2022.03.10 22: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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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소감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활짝 웃을 수 없었다. 그가 밀어붙였던 주요 대선 전략이 모두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다.

이 대표가 20대 남성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워 '젠더 갈라치기'를 부추긴 게 독이 됐다. 9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20~50대 여성들은 합심해 국민의힘 심판에 나섰다. '이준석표 분열과 혐오의 정치'에 대한 옐로카드를 던진 것이다. 한때 윤 당선인 지지율 반등을 이끌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0.73%포인트' 격차의 신승이었다. 이 대표의 전략으로 대선 압승을 기대했던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여성은 투표 안 한다" 이준석의 오판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라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여성 배제'를 대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일부 20대 남성(이남자)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윤 당선인이 올해 1월 캠프 인선 등을 두고 갈등했던 이 대표와 화해하자, 가장 먼저 내세운 공약이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강화'였다. 이 대표의 20대 남성에 경도된 발언은 이어졌다. 1월 14일 "성 중립적 공약을 내야 남성 지지층에서 강한 반등이 일어난다"고 주장했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질의한 성평등 공약에 답변을 거부한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선거 막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최대 부동층인 2030세대 여성 표심을 얻기 위해 올인했을 때에도, 이 대표는 지난 7일 "여성들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 온라인에서만 보이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작 9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의 뚜껑을 열어보니, 60대 이상 장년층을 제외한 전 연령대의 여성에게서 이 후보 쏠림 현상이 확연히 나타났다. 특히 20대 여성 58%가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대선을 승리하겠다던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사실상 실패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이준석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이준석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빛바랜 호남 공략… 텃밭 노원도 졌다

이 대표가 공을 들였던 호남 득표율도 기대에 못 미쳤다. 최대 30%까지 득표를 자신했지만,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에 그쳤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텃밭인 부산과 경남에서 이 전 후보가 각각 38.15%, 37.38%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전략'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에 힘을 받으려면 압도적 승리가 필요했는데, 이 대표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에서도 윤 당선인의 득표율(47.22%)은 이 전 후보(48.94%)에게 미치지 못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에 도움 안 된 '이준석 비단주머니'… 부글부글

압승을 예상했던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 책임론도 불거졌다. 정태근 전 의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정권교체 요구가 높았는데 2030세대 남성만 겨냥한 캠페인이 오히려 반작용을 가져왔다"고 직격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젊은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닮은 이준석식 '혐오 정치'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여성들이 계속 등을 돌리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동력에 힘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의 여성 의원은 "지역에 가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싶지만 이 대표의 SNS를 보면 차마 못 찍겠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여성 청년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0년 총선과 비교하면 전 연령·성별에서 수치가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었다는 평가를 부인한 셈이다. 그는 "호남에서 역대 보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호남 공략'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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