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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피란 중 어린 아이 2명 포격…화력 공세 뒤 지상군 투입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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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피란 중 어린 아이 2명 포격…화력 공세 뒤 지상군 투입 임박

입력
2022.03.07 19:13
수정
2022.03.07 2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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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로 피란 가던 8세 등 민간인 8명 사망
하르키우·마리우폴·미콜라이우 등 대도시 집중공격
체첸 전쟁·시리아 내전 때처럼 집중 포격, 공습해
주요 거점 도시 초토화한 뒤 지상군 투입
러 내부고발 "이미 러시아군 1만 명 사망...실패"
"현재 러시아군 1939년 2차 대전 앞둔 독일과 같아"

6일 우크라이나 수도 외곽 이르핀에서 한 남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해 달리고 있다. 이르핀=로이터 연합뉴스

6일 우크라이나 수도 외곽 이르핀에서 한 남성이 어린 아이를 안고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해 달리고 있다. 이르핀=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집중 포화에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단기간 내 적은 희생으로 친러 과도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작전을 변경, 과거 체첸 전쟁이나 시리아 내전 때처럼 대규모 공습으로 주요 도시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집결 병력 95%를 우크라이나에 배치해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인 러시아의 공세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은 7일(현지시간) 오후 4시 3차 협상을 진행한다. 이어 10일에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터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3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다.

6일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피란 가던 중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어린 아이 두 명과 엄마의 시신 위에 흰 천이 덮여 있다. 그들이 들고 가던 여행용 가방만 덩그러니 서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6일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피란 가던 중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어린 아이 두 명과 엄마의 시신 위에 흰 천이 덮여 있다. 그들이 들고 가던 여행용 가방만 덩그러니 서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피란길 오른 여덟살도 숨져…주요 도시 집중 공습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쪽으로 25㎞가량 떨어진 이르핀에서 강을 건너 키이우로 피란 중이던 엄마와 10대 아들, 여덟 살 딸 등 일가족 3명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숨졌다. 알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내 눈앞에서 두 명의 아이와 두 명의 성인이 사망했다”며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이르핀에서만 최소 8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비통해했다.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이르핀을 포함한 인근 소도시를 무차별 공격하는 러시아군을 피해 이 지역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키이우로 향하고 있다. 이르핀에서는 러시아군 폭격으로 무너진 콘크리트 다리 아래 피란민 수천 명이 밀집해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군사공항이 있는 키이우 북서부 호스토멜에서는 유리 일리치 프릴립코 호스토멜 시장이 자택에 침입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그는 러시아군의 위협에도 지역 노인과 환자들에게 빵을 나눠주며 지역 주민을 돌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성명에서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을 처벌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북동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도 집중 포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TV타워가 파괴돼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됐다. 또 실험용 소형 원자로가 있는 하르키우 내 물리기술연구소도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남부 거점 도시인 오데사로 향하는 관문인 미콜라이우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낸 지 하루 만인 이날 러시아군의 재공세가 시작됐다.

5일 우크라이나 북부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건너는 다리 아래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하기 위해 수천 명의 피란민들이 모여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5일 우크라이나 북부 이르핀에서 키이우로 건너는 다리 아래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을 피하기 위해 수천 명의 피란민들이 모여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이날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총 36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759명이 부상을 입었다. 어린이 희생자도 최소 38명이다.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 대피한 피란민은 1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4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고 있다. 자포리자=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4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나고 있다. 자포리자=EPA 연합뉴스


체첸·시리아 전쟁과 닮은꼴?…주요 도시 초토화→지상군 투입

무차별 포격과 공습으로 대도시와 사회 주요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러시아군의 고전적 전술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1994년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체첸 자치공화국 침공(1차 체첸 전쟁), 2016년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에도 러시아군은 무차별적 공격을 단행했다.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초토화하는 등 1차 체첸 전쟁에서만 최소 3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영국 BBC방송은 “대규모 포격과 공습으로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주요 사회 기반 시설들을 파괴한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술”이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 동부 마리우폴에서 진행되는 공격이 이렇다. 애초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려던 계획이 국민들의 결사항전으로 좌초되자 예의 무차별 공격 후 전멸 작전으로 변경한 것이다. 마리우폴의 경우 미리 주변을 포위하며 고립시켰다. 이어 일주일째 전기, 수도, 통신 등을 차단하고 매일 폭격을 감행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놓고도 폭격을 멈추지 않기도 했다. 시민들은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리우폴이 키이우 공격의 전초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6일 수도 키이우에 모래주머니로 참호를 만들어 보초를 서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6일 수도 키이우에 모래주머니로 참호를 만들어 보초를 서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다만 러시아의 전술이 우크라이나에서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완전한 실패’로 규정한 러시아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이 나왔다. 러시아 인권활동가 블라디미르 오세츠킨이 공개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내부고발자가 쓴 보고서에는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을 감안하면 점령을 위해선 병력이 최소 50만 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이 세져 그만큼 러시아군의 피해도 크다는 의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20만 명이며, 이 중 이미 1만 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또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 붕괴 위험성을 거론하며 “전쟁의 데드라인은 6월까지”라고 전망하면서 “현재 러시아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같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패전국의 길을 걷고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강지원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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