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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웃이 무시해" 토치 방화가 부른 재난… 방화범 모친도 사망

입력
2022.03.06 16:30
수정
2022.03.06 17:5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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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주택 태운 뒤 동해 시내까지 쑥대밭
강릉·동해 주민 "3년 만에 또 인재로 악몽"
울진 산불은 담뱃불 등 실화 가능성 제기

5일 새벽 발생한 강릉 옥계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한 주택에 합동감식반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강릉= 뉴스1

5일 새벽 발생한 강릉 옥계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한 주택에 합동감식반이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강릉= 뉴스1

동해안 지역을 뒤덮은 대형 산불이 속속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산불은 한 남성이 '이웃들이 무시한다'며 저지른 방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돼 산림 1만2,000㏊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6일 현주건조물방화와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A(60)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주거 부정과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A씨는 지난 5일 오전 1시 7분쯤 토치 등으로 강릉 옥계면 남양리 자택과 농막에 불을 질러 산불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누군가 토치 등으로 불을 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수사에서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화가 났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5년 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왔고 주민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홧김에 냈다는 불은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번졌다. 순간 초속 20m에 이르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야산으로 옮겨붙은 불은 남쪽의 동해시 망상동을 향했고 결국 전날 오후 1시쯤엔 동해 시내를 포위했다. 이로 인해 묵호항 인근 펜션 등 건물 87채가 불에 탔고 산림 2,000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와중에 산불 대피 과정에서 넘어져 치료를 받다가 숨진 김모(86)씨가 A씨의 어머니로 밝혀지는 비극적 상황도 벌어졌다. 2019년 4월에도 옥계면 신당에 켜둔 전기초 때문에 대형 산불을 맞았던 강릉·동해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산불도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할 말을 잊은 분위기다.

경북 울진 산불의 첫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북면 두천리 산 154 인근 야산에 지난 4일 오전 11시 15분쯤 불꽃(왼쪽 사진)이 일기 시작해 5분 뒤인 11시 20분쯤 산 정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자 윤석현씨 제공

경북 울진 산불의 첫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북면 두천리 산 154 인근 야산에 지난 4일 오전 11시 15분쯤 불꽃(왼쪽 사진)이 일기 시작해 5분 뒤인 11시 20분쯤 산 정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자 윤석현씨 제공

울진군에서 강원 삼척시까지 확산한 산불은 담뱃불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 15분쯤 산불이 시작된 곳은 북면 두천리 산154로, 왕복 2차선 도로 바로 옆이다. 당국은 발화 지점 인근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영상을 확보해 불꽃이 일기 직전 차량이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 담뱃불 등에 따른 실화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최초 신고자인 윤석현(56)씨는 "집에 설치한 CCTV에 찍힌 발화 지점 주변 영상을 보면, 불이 나기 전 차량 3대가 통과하는 장면 외엔 다른 수상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울진 산불은 길가에서 발화했기 때문에 담뱃불 실화나 불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사감식반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릉= 박은성 기자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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