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내가 1순위 목표, '정치적 파괴' 목적"
美 "러 우크라 정부 '참수'하고 친러 영향력 확대"
파죽지세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향한 러시아군의 목표가 친미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러 ‘괴뢰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 영광의 부활’을 위해 친러 정부를 세워 이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동부 지역 돈바스 러시아 국민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작전에 돌입하면서도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점에서도 이런 기류가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파괴’를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적군 공작원들은 (이미) 키예프에 입성했다”며 “적들은 나를 1순위 목표로, 내 가족을 2순위 목표로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국가를 정치적으로 파괴하고 국가 원수를 축출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법적으로 성립된 우크라이나 정부를 러시아 입맛에 맞는 새 정부로 갈아치우려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때 소련 일부였던 이웃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립하려고 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도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참수’하고 러시아 통치 체제를 수립하려 한다는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이유라고 밝힌 ‘비나치화’ 역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현 정부를 쓰러뜨리는 데 정당성을 동원하기 위한 수사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2013년 11월 ‘유로마이단’ 시위로 친러 정권이 실각한 이후 급격히 서방 친화적 성향으로 전환했다. 이런 우크라이나 현 정부를 나치로 규정하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나치독일과 맞서 힘겹게 승리한 역사를 소환시켜 이번 침공을 미화했다는 얘기다. 새뮤얼 크래니에번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분석가는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 거의 전 지역을 향해 러시아군이 진군 방향을 잡는 것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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