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리? 자리보다 더 나은 예우 있지 않겠나"... 이준석의 단일화 해법은

이준석 "경쟁적 단일화보다 더 나은 명분 제시 차원"
김재원 "대통령 빼고는 다 주겠다... 安 미래 도울 것"
자리 배분 넘어, 차기 대선까지 정치 역할 담보 구상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종편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무총리나 장관 자리 등은 저희가 배려를 한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위상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정치 지도자의 위상은 선거에서 본인 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하니까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야권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미래 기반을 확보해주는 방향이 더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단독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강론'을 펴며 단일화 부정 노선을 걷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윤 후보가 집권 시 공직 자리 몇 개 나눠 주는 데 머물지 않고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향후 정치적 역할을 담보해주자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른바 '차기 대선 로드맵' 제안을 통해 안 후보가 물러설 명분을 줘 단일화 담판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의 경우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일찌감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 대표는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자리 나눠주기식' 단일화 협상은 안 후보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모색하는 이유도 결국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명분을 찾는 과정일 것"이라며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 이런 차원의 메시지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도 정치를 오래 하셨기 때문에 본인과 같이하는 세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선,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여론조사엔 선 그은 이준석 "단일화, 자리 말고 세력·명분 찾아야"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선거운동에 사용될 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인천=연합뉴스

'자리 아닌 세력'을 앞세운 단일화 구상은 국민의힘 대표 스피커인 김재원 최고위원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제가 알기로 안 후보도 정부 각료 배분이라든가 책임총리라든가 이런 관직에 대해서 원하거나 그런 사소한 계산을 하는 분은 아니다"며 "(국민의힘이) 대통령 빼고는 다 주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단일화 담판 협상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보면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가 실패하셨다"며 "저희들은 약속뿐만 아니라 앞으로 안 후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미래상을 함께 이루어가는 데 크게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말에 비춰 보면, 국민의힘이 현실적으로 안 후보에게 내줄 수 있는 건 국민의힘 당권이다. 이에 MBC라디오 진행자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정당의 당권을 안 후보가 맡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수 있느냐 묻자, 이 대표는 "협상이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협상의 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통합 절차가 이뤄진다면 통합 전당대회를 열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일단은 선을 그었다.

윤석열-신천지 의혹 제기에 "선거 내내 들고 나오는 게 주술이냐" 비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윤 후보와 신천지 간 유착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데 대해선 "대한민국 집권 여당이란 곳에서 선거 내내 들고 나오는 것이 주술이고 소수 종교다. 선거역사에서 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경선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 측이 문제를 삼은 신천지 교인들의 당원 집단 가입 의혹과 관련해 "당원 통계를 들여다봤는데 보통 집단적 가입이 일어났다면 지역별 편차나 이런 것이 드러나지만, 전혀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 '오또케'라는 여성 혐오 표현이 들어가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선 "앞으론 저희가 더 조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실제로 그런 것이 인터넷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화된 것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여론 반응을 분석하는 과정 중에 용어를 차출한 것이지 기획이나 학술적 의미로 사용한 건 아니다. 정세보고서에 제 별명이라고 '개준스기' 이런 것도 올라오곤 한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여성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