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에 전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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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에 전해지나

입력
2022.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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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러시아·중국과 동시에 대결
트럼프와 달리 전세계 전선확대 무모함
한국 대선 후 ‘남북대결 시대’ 회귀 우려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의 최전방초소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중화기를 겨눈 채 경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회담을 진행했다. 루한스크=AP 뉴시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이미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배치한 이후, 미국과 서방은 물론 국제사회가 그의 결심 여부를 지켜보며 촌음을 다투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러시아의 부활이다. 굳이 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현재까지의 압박만으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저지 효과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에 집중된 미중 패권대결에서 무대를 유럽으로 돌려 옛 소련의 힘을 떠올리게 하는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을 비롯해 서방동맹 분열까지 유도한다. KGB(소련국가보안위원회) 요원 출신답게 푸틴은 가짜뉴스와 역정보전, 대서방 모략전을 비롯해 현대전쟁의 전형을 미국과 대등하게 다투는 중이다. 푸틴의 요구에 전 세계가 귀 기울여야만 하는 ‘전리품’을 손에 쥐게 됐다.

거침없는 폭주의 배경은 뭘까. 일각에선 ‘허약’해 보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서 원인을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때와 달리 권위주의 독재자들이 미국의 리더십을 흔들어대면서 국제분쟁이 각지에서 고개를 든다는 가설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밀월을 유지하며 중국 견제에 힘을 집중했다. 반면 바이든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사이가 나빠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무모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두 강대국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외교 교과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 움직임에 마땅한 군사대응 옵션을 갖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지향하는 규칙에 의한 국제질서나 동맹 재구성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대만의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일종의 시뮬레이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침공 시 대만의 항전에도 불구하고 미군 개입 전에 점령작전이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대치 중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 해제 78주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스카료프스코예 기념 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나치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900여 일간 소련 레닌그라드를 포위 공격했고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자산을 동유럽에 투입하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우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서다. 북한으로선 유럽의 움직임이 남다를 것이다.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생존을 위협받는지 생생한 실상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특히 미군의 전쟁능력 분산이야 말로 김일성 시절 이래 북한이 주목해온 전통적인 조건이다.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군의 시선이 한반도에서 벗어나고 이때를 조국통일의 적기로 상정해왔다. 러시아의 군사대치 와중에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놓고 부담을 덜게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뒤 탄생할 한국의 새 대통령은 이런 국제정세를 떠안게 된다. 대북유화책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북핵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의 보수정권이 강조해온 남북 간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현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유지하되 변화된 대외정세에 실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차별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북한에 할 말은 하는’ 남북관계를 거론한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남북대결의 시대로 회귀할 우려가 커 보인다. 유럽의 냉랭하고 섬찟한 기운이 한반도의 봄에 전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박석원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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