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논란에 '빅토르 안' 안현수 "저도 안타까워…가족 악플 삼가달라"

러시아 귀화한 중국 대표팀 코치 안현수
인스타그램에 입장문 올려
"비난 질책 겸허히 받겠지만 가족은 잘못 없다"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에서 중국 김선태(오른쪽) 감독과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가운데) 기술코치가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쇼트트랙 한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뒤 중국 대표팀 기술 코치를 맡고 있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올림픽 판정 논란을 비롯해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000ｍ에서 나온 판정 논란에 대한 심경을 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8일 안현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안현수는 "제가 처한 모든 상황들이 과거의 저의 선택이나 잘못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어떠한 비난이나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가족들이 상처받고 고통을 받는다는 게 지금 저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모두 다를 수 있기에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라면 달게 받을 것이고, 제가 짊어진 관심의 무게에 비해 늘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여 더욱 책임감 있고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또 "제게 주어진 역할에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고 또한 제 선택에 아쉬워하고 실망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그렇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늘 조심스러워 공식적인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간절하고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판정 이슈가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지도자로서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하지만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 밖의 일이나 사실이 아닌 기사들로 인해 저 만나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이나 악플들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빅토르 안(안현수)'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맺었다.

전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ｍ 준결승에서는 한국의 황대헌과 이준서가 각각 조 1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대신 조 3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 금메달을 가져갔다.

중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김선태 감독은 선수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고, 중국 대표팀에서 기술 코치를 맡고 있는 안현수도 두 팔 들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경기 후 한국 취재진이 김선태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김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