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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는 사실상 코호트 격리"… 집단감염 위험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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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는 사실상 코호트 격리"… 집단감염 위험성 지적

입력
2021.12.03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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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자 가족 등 동거인도 최장 20일 자가격리
격리 환경 기준 무력화하며 가족 내 집단감염 우려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관내 재택치료 환자들에게 전달할 건강관리세트와 치료약 등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관내 재택치료 환자들에게 전달할 건강관리세트와 치료약 등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의료 대응 여력 부족으로 확진자의 기본 치료 방침을 재택치료로 전환하자 "사실상 가구 단위의 코호트 격리(감염자 발생지 구성원의 집단 격리)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쳐 더욱 거센 확산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병상 부족 문제를 개인과 가정에 떠넘기는 미봉책을 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가격리자 판단 기준 무력화… 사실상 코호트 격리"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발표된 정부의 '재택치료 원칙' 방침에 대해 방역 현장에선 "확진자 연쇄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라 확진자는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재택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자 가족을 비롯한 동거인도 백신 접종자는 10일, 미접종자는 바이러스 잠복 여부 관찰까지 20일간 함께 격리된다. 동거인은 병원 진료, 처방약 수령 등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외출할 수 있다. 확진자가 나오면 사실상 가족 전체가 격리되고, 그만큼 집단감염 위험성도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선 안전한 격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의 한 보건소 재택치료팀 관계자는 "정부는 화장실 개수 등을 포함한 격리 환경이 기준에 미달하면 치료시설로 이송할 수 있다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자치구에선 웬만하면 모두 재택치료 대상으로 판단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격리 환경의 적정 기준이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고시원 등 집단감염에 취약한 곳은 특히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거인의 추가 감염 방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일 초등학생 딸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함께 집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는 김모(39)씨는 "안내서에 동거인 지침만 잔뜩 적혀 있을 뿐 매일 인공지능(AI) 전화로 증상을 확인하는 게 전부라 불안했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나도 같이 걸리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 간 연쇄 감염으로 격리가 장기화할 거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가족 중 한 명이 확진돼 다 같이 격리됐다가 다른 한 명이 뒤늦게 확진될 경우 집단격리 기간이 재차 늘어나게 된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최초 확진자를 처음부터 치료시설에 보내면 환자 관리 업무가 10일이면 끝날 텐데, 시설 확충이 안 되다 보니 일선 공무원과 가정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미 방치 경험했다" 재택치료 불신하는 시민들

2일 오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직원이 코로나19 재택치료용 건강관리 세트(의약품,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등)를 전달하기에 앞서 구성품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직원이 코로나19 재택치료용 건강관리 세트(의약품,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등)를 전달하기에 앞서 구성품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정부의 이번 치료 원칙 전환 이전에도 수도권 확진자의 절반 이상은 재택치료를 하고 있었다. 다만 70세 미만의 무증상 및 경증 확진자를 대상으로 했고, 원칙적으로 재택치료는 본인의 선택 사항이었다. 문제는 그간 담당 공무원 배정 지연이나 환자 모니터링 부실함 등으로 재택치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터라, 이번 재택치료 전면화가 자칫 방역당국의 권위나 통제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확진 판정을 받고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재택치료를 선택했던 직장인 유모(37)씨는 "격리 이틀째부터 기침 등 증상이 시작돼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매일 통화 대기자가 스무 명을 넘었고, 그 상태가 격리 해제일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한 번 전화가 왔지만 나가면 안 된다는 경고 매뉴얼만 읽어주곤 끊었다"며 "지금이라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냉소했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 격리 방침이 또 다른 생계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크다.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이지영(38)씨는 "정부의 새 치료 방침은 어디까지나 재택 근무를 배려받을 수 있는 직장에 다녀야 따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먹고살 길이 막히는 만큼 충분한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나광현 기자
박준규 기자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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