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징역 35년'으로 감형… 시민들 "말도 안돼" 오열

"손 또는 주먹으로 복부 2회 강하게 폭행"
재판부,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했지만
"사전 계획이나 범행 은폐 없었다" 판단

'정인이' 양모 장모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앞에 대기하던 아동학대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던 양모 장모(35)씨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 받았다.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저지른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20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렸다.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37)씨에겐 1심과 같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장씨는 입양한 정인이를 지난해 6∼10월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하다가 그해 10월 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정인이를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1심은 정씨에게 무기징역을, 안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복부에 2회 강한 둔력 가해...사망 예견 가능"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정인이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2심 재판부 역시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일 당시 피해자는 키가 79㎝, 몸무게 9.5㎏으로, 기존 학대로 췌장 등 손상을 입어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며 "장씨는 이렇게 도망칠 능력이 없고 약한 상태로 누워 있던 피해자 복부에 강한 둔력을 2회 이상 행사했는데, 이렇게 하면 장기가 파열되는 등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예견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는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하다가 사망일에는 매우 분노한 상태에서 기존보다도 더욱 심하게 폭행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용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1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운 처벌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장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살인범행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장씨가 정인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했고 이동 과정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한 점을 고려할 때 정인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희망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비록 자신이 한 범행에 상응하는 정도에는 크게 미치진 못하지만 본인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사건에 있어 크나큰 분노와 슬픔을 감안하더라도 영구히 사회로부터 (피고인을) 격리시키는 무기징역이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장씨에게 "평생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법원 앞 깔린 정인이 생전 사진...주저 앉아 오열한 시민도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정인이 2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법정과 서울고법 앞에 모인 시민은 선고 결과가 알려지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에 참석한 일부 시민은 재판부를 향해 "말도 안 된다" "사형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서울고법 인근에는 정인이의 생전 사진을 담은 손팻말과 현수막이 깔렸고, 땅을 내리치면서 오열하거나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 짓는 이들도 있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기를 얼마나 잔인하게 죽여야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나오느냐"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주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