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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임금' 위주 외국인 인력정책 문제없나

입력
2021.11.17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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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외국인 노동자 중요성 커져
미래 수요 대비 숙련인력 도입 검토
외국인 인권 보호도 신경 써야

경기 파주시 강원산업 주물공장에서 작업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 이한호 기자

경기 파주시 강원산업 주물공장에서 작업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 이한호 기자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간 인구이동의 단절은 외국인 노동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국가들이 국경 폐쇄로 인한 이주노동자 감소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규 입국 외국인 근로자 수가 이전의 7분의 1로 줄어들면서 농촌과 산업현장에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최근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외국인 인구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앞으로 인구변화 대응 과정에서 외국인력 도입의 필요성과 합리적 외국인 정책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산업의 인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필요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외국인력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필요 사이의 균형이다. 현재의 필요는 근로 여건이 나쁘고 임금이 낮아서 내국인이 꺼리는 일자리에 저숙련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사업체의 수요를 반영하여 외국인력의 부문별 도입 규모와 사업체별 배분을 결정함으로써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래의 필요는 이와는 다르다. 산업 및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지금보다는 훨씬 다양한 부문에서 중간 이상의 숙련을 가진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 필자의 최근 연구 결과는 임금이 높고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상당수의 산업에서 청년 인력의 급격한 감소와 노동 인력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래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부족한 중간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하고,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부문에 특정한 인적자본을 가진 고숙련 외국인력을 선별,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내국인의 이해와 이민자의 권익 사이의 균형이다. 둘 사이의 충돌이 나타나는 사례는 적지 않다. 현재의 고용허가제하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주 동의 없이는 직장을 바꾸기 어렵고, 조건을 갖추어도 체류자격을 변경할 수 없다. 이는 외국인력의 근로환경 악화와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른 한편, 내국인과의 대체성이 높은 유형의 외국인력이 유입되면서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문제는 서로 다른 집단의 이해가 부딪치고, 경제적, 윤리적, 정치적 고려 사항들이 얽혀 있는 만큼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필자는 우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외국인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외국인 정책의 기본적인 제약조건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도덕적 책무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우수 외국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국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의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개선하는 방향의 외국인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퇴출 위기에 직면할 사업체들의 현실을 고려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국내 산업의 수요와 내국인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하게 고려해 외국인력의 유형 및 도입 규모를 결정하는 한편,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나 인권침해는 근절하는 것이 마땅하다.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외국인 노동시장에 관한 과학적·실증적 증거에 기반할 때 더 효과적으로, 더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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