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숙제 SDG…유엔은 왜 문 대통령과 BTS에게 구원투수 맡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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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숙제 SDG…유엔은 왜 문 대통령과 BTS에게 구원투수 맡겼나

입력
2021.09.26 09:00
수정
2021.09.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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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달성 어렵자
유엔, 지난해 'SDG 모먼트' 통해 관심 끌기 나서
유엔 환경개발 의제 관찰하는 비정부기구 IISD
"문재인 대통령의 BTS 소개는 '세대 간 연대' 상징"


유엔 'SDG 모먼트'의 개막 연설자로 초청된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본부 건물에서 '퍼미션 투 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영상은 유엔 유튜브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이다. 유엔 유튜브 캡처

올해 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이 함께 초청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유엔총회와 함께 열린 'SDG 모먼트(Moment)'라는 행사는 아직 이름조차 생소하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SDG 모먼트'는 유엔이 2015년부터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달성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행사다.

한국인과 전 세계의 BTS 팬들에게 SDG가 생소하다면, 이들을 섭외한 유엔의 목표는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특히 이번 SDG 모먼트에서 유엔은 "SDG 달성에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힘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SDG, 빈곤·기후변화·불평등 등 해결 위한 17가지 목표


유엔이 2015년 결정한 '어젠다 2030'을 통해 선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7가지를 한국 환경부에서 번역했다. 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2015년 9월 유엔에서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Sustainable Development Summit)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2030 의제'를 채택했다. 여기서 선정된 17가지 목표를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ment Goals)라 부르고, 이는 다시 세부 목표 169개로 나눠져 있다.

SDG는 기존에 빈곤 극복과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집중된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를 청산하고 새롭게 세운 목표다. ①빈곤 극복과 ②성평등 외에 ③기후변화 대응 ④생태계 보호 ⑤극단주의와 조직 범죄, 부패 등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문제의 해소 등을 추가 목표로 제시했다.


2020년 첫 번째 'SDG 모먼트'에서 스웨덴 통계학자 올라 로슬링이 제시한 SDG 달성 수준 도표. 로슬링은 17개 목표와 관련된 통계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가 목표 달성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엔 유튜브 캡처

그런데 SDG를 수립한 지 4년인 2019년에 유엔에서는 세계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유엔이 SDG 달성을 위해 각국 정부에 부과한 의무가 '자발적 국가 검토(VNR)' 보고서 제출인데, 이것만으로는 말뿐인 약속에 그칠 뿐 실제로 정치적 의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등장한 대안은 '10년의 행동'이라는 새로운 구호와 함께 유엔의 최대 행사인 총회와 함께 'SDG 모먼트'를 해마다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스웨덴의 통계학자 올라 로슬링은 통계를 근거로 현대 문명의 성과를 긍정하는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하지만 2020년 열린 첫 SDG 모먼트에서 연사로 나선 그는 역시 그의 장기인 통계를 근거로 낙관론을 절제하며 SDG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로슬링은 "우리가 SDG 목표의 상호 연결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성과를 검증할 만한 제대로 표준화된 통계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자주의 필요성 절실한 한국을 SDG의 얼굴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SDG 모먼트 연설 후 별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BTS)을 "청년 세대를 대표할 적임자"로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최된 SDG 모먼트의 연사들은 자연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유엔의 존재 의의이자, SDG 달성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SDG 모먼트에 초청됐는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를 강조하기 위해 중진국으로서 다자주의 외교의 힘이 절실한 한국이 적임자로 지목됐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주최측의 이런 요청을 충족했다. "SDG 달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체됐지만, 코로나19는 그 목표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일깨워줬다"며 "위기 극복을 넘어 보다 나은 회복과 재건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코백스(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 설립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저소득국에 대한 특별인출권(SDR) 지원 확대 결정 등이 '코로나19 다자 대응'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한국이 코백스에 2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고, 글로벌 백신 허브의 한 축으로서 백신 보급을 늘리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환경개발 관련 활동을 점검하는 비정부기구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는 SDG 모먼트 행사 리뷰를 통해 "코로나19는 우리 국제 시스템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균열이 있는지 드러냈다"며 "공중 보건에 대해 각 국가가 전체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상황을 실시간 노출했기 때문에 정부와 시민사회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SDG의 필요성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유엔 유튜브 뒤흔든 BTS, 청년에게 '참여 필요성' 알렸다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SDG 모먼트 연설 후 별도 진행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유엔 유튜브 캡처

IISD가 본 문 대통령이 초대된 또 하나의 이유는 'BTS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BTS는 문 대통령의 연설 말미에 '국제 사회의 모든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존재'로 등장했다. IISD는 문 대통령이 BTS를 소개하는 장면을 두고 "SDG 모먼트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세대 간 연대와 청년 지도자에 대한 기대를 상징한다"고 묘사했다.

실제 이날 SDG 모먼트의 중요 주제 중 하나는 청년들이 '미래의 주인'으로서 SDG 운동의 주요 동력으로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적어도 청년 세대의 관심을 원했다면, BTS를 초청한 행사 주최측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유엔 유튜브에서 지난해 'SDG 모먼트 2020'의 조회수가 1만7,000여 회에 그친 반면 올해 BTS의 연설이 포함된 SDG 모먼트의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 조회수는 650만 회를 넘어섰고, BTS가 유엔 본부 건물에서 '퍼미션 투 댄스'를 공연하는 연출 영상 조회수는 1,700만 회를 넘고 있다.

하지만 행사 관계자는 "SDG를 단순히 '유명인사'로 만들려는 게 우리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청년 세대가 그동안 움직임이 부진했던 각국 기성 세대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SDG 모먼트의 진짜 목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 뒷부분에 BTS를 소개하면서 "빈곤과 불평등, 기후변화 같은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말했다.

BTS 멤버 7명이 나눠 한 연설에서 RM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해 언급하면서 "아무도 겪어 보지 않은 미래이고, 우리들이 채워갈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청년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맞을지 스스로 답을 찾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의 자발적 활동을 부각한 것이다.


SDG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모잠비크 출신 정치인 그라사 마셸(왼쪽)과 칠레의 19세 프로그래머 발렌티나 무뇨스가 SDG 모먼트를 위해 진행된 '세대 간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유엔 유튜브 캡처


처음에는 BTS를 보기 위해 영상을 틀었다는 한 청년 네티즌은 BTS의 공연 영상 직후 등장한 칠레의 여성주의 운동가 발렌티나 무뇨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밝혔다. 19세 나이에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무뇨스는 올해 한국의 여성 그룹 블랙핑크,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등과 함께 올해 'SDG 홍보대사'로 뽑힌 인물이다.

무뇨스는 이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을 예시로 들며 "세상을 바꾸는 데 연령은 더 이상 제한 조건이 아니다"라며 "각 가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는 데서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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