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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사 인정해 달라” 탈레반·미얀마 군부 요구에 난감한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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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사 인정해 달라” 탈레반·미얀마 군부 요구에 난감한 유엔

입력
2021.09.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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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새 유엔 대사 지명·총회 참석 의사
미얀마 군부와 민주진영 간 외교전도 치열
유엔 자격심사위원회, 공식 승인 여부 결정

굴람 이사크자이 주유엔 아프가니스탄 대사가 8월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굴람 이사크자이 주유엔 아프가니스탄 대사가 8월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과도정부를 세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유엔 주재 아프간 대사를 새로 지명한 뒤, 자격 인정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제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나아가 탈레반은 유엔 총회 참석 의지까지 내비쳤다. 올해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신임 유엔 대사 지명을 통해 국제사회 진출을 노린 것과 똑같은 전략이다. 유엔 입장에선 부당한 집권 과정을 용인할 수도, 그렇다고 정부까지 구성한 국가 권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난제 중 난제를 떠안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주유엔 대사에 수하일 샤힌을 지명한다는 서한을 2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샤힌은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사무소 대변인으로 활동해 서방에도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탈레반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이 21~27일 열리는 제76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탈레반의 대사 임명 요청 건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9개국으로 구성된 자격심사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유엔 총회 기간에 자격심사위원회가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자격심사위원회의 공식 승인 전까지는 유엔 규정에 따라 옛 아프간 정부 시절 임명된 굴람 이사크자이 대사가 아프간을 대표한다. 이사크자이 대사는 27일 유엔 총회 폐막일에 연설도 할 예정이다.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축출됐기 때문에 이사크자이 대사가 더는 아프간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정권 이양’을 선언하고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유엔은 통상 10월이나 11월에 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회원국 자격을 심사한 뒤 총회에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연말까지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는 자격심사위원회가 결정을 미룬 탓에 이전 정부 시절 대사가 유엔에서 계속 활동했다.

2019년 3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그는 올해 2월 유엔 총회에서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며 세 손가락을 들고 국제사회에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3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그는 올해 2월 유엔 총회에서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며 세 손가락을 들고 국제사회에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은 앞서 미얀마 군부로부터 신임 대사 자격 심사 요청도 받은 상태라 더욱 골머리가 아프다.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군사 쿠데타에 비판적인 초 모 툰 현 대사를 지지하고 있고, 군부는 대사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유엔이 미얀마 민주진영과 군부 간 정통성 싸움의 무대가 된 것이다.

탈레반도 카타르 등 우호국의 지원 사격을 받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유엔 진출은 아프간 국외 자금 동결 등 경제 제재를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정식 임명된 유엔 대사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 같은 유엔 기관에도 참여할 수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유엔 의석은 정부 신뢰성과 국제사회 인정의 ‘기준’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제기된 ‘각 나라의 정당한 대표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번 유엔 총회가 직면한 최대 어려움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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