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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어 직장도 '남녀분리' 선언… 멈추지 않는 탈레반의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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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어 직장도 '남녀분리' 선언… 멈추지 않는 탈레반의 '역주행'

입력
2021.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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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인사 "여성, 남성과 함께 일해선 안 돼"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언론·은행에도 적용
BBC "저항군 거점서 민간인 20여 명 살해"
'여성인권 존중·민간인 보호' 약속 또 어겨
국제사회 '1조 원 지원' 합의에 악재 될 수도?
탈레반 "前부통령 집서 현금 76억 원?발견"

지난달 17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인근 지역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고위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가운데)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도중 발언하고 있다. 하시미는 13일 통신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성은 남성과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선 안 된다. 이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인근 지역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고위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가운데)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도중 발언하고 있다. 하시미는 13일 통신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아프간 여성은 남성과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선 안 된다. 이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해 본격 통치에 들어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한 고위급 인사가 ‘직장 내 남성과 여성의 분리’ 방침을 선언했다. 앞서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하면서도 ‘성별 분리 수업’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던 데 이어, 고용 분야에서도 동일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 인권 존중’ 약속은 아랑곳없이,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탄압했던 과거 집권 시절(1996~2001년)로 회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저항군 거점 지역에서 탈레반이 민간인 20여 명을 살해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던 공언과는 정반대로, 잔혹한 보복을 일삼고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탈레반의 ‘변화’를 바랐던 아프간의 평범한 시민들과 국제사회의 염원도 결국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 정부서 일하는 것 불허"... 샤리아 전면 적용

탈레반 고위 관계자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간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도입하기 위해 거의 40년을 싸워 왔다”며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가 같이 일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며 “그들(여성)이 우리 사무실, 정부 부처에 와서 (남성과 함께) 일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가 운영에 있어 샤리아를 전면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여성 출입 금지’는 정부기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은행 등 일부 민간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게 하시미의 설명이다.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여성 참여가 활발했던 언론·은행의 문을 이제는 걸어 잠그겠다는 것이다. 하시미는 그러면서 “물론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선 여성이 필요하다”며 “여성을 위한 별도 병원, 별도 대학, 별도 학교 등 분리 시설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 밖에서 남녀 간 접촉은 특정 상황에서만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하시미의 발언에 새 정부 정책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탈레반의 행보가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점령 직후, 여성 인권과 관련해 수차례 쏟아냈던 유화적 메시지에서 한참 벗어난 건 명약관화하다. 이달 7일 발표된 새 정부 내각 명단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언론사 등 직장에서 여성이 쫓겨났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학교 내 남녀 분리 수업’ 방침도 최근 공표됐다.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군용 차량에 탑승한 채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군용 차량에 탑승한 채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민간인 살해 의혹도 계속... '잔혹한 보복' 일삼나

탈레반의 민간인 처형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이 저항세력과 교전을 벌인 북부 판지시르 지역에서 최소 20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도로변에서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탈레반 대원들에게 포위돼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담겼는데, 한 목격자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증언했다. 저항군에게 심카드를 판매한 혐의로 체포된 뒤, 며칠 후 살해돼 시신으로 버려진 가게 운영자도 있다고 한다.

탈레반의 이런 행태는 국제사회의 ‘아프간 지원’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날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유엔 주최 고위급 회담에서 총 10억 달러(약 1조1,750억 원)를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각국은 ‘향후 탈레반이 어떤 통치를 하느냐’의 문제, 곧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살레 자택서 현금 76억 원·금괴 18개"... 탈레반의 선전전?

한편 탈레반은 저항군 지도자인 암룰라 살레 전 아프간 제1부통령의 집을 수색한 결과, 미화 650만 달러(약 76억 원) 상당의 현금 뭉치와 금괴 18개를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멀티미디어국장인 아마둘라 무타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내용의 글과 영상을 올린 뒤,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가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사실이든 아니든 살레 전 부통령의 도덕성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담긴 탈레반의 ‘선전전’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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