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정상화의 시작, ‘적정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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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정상화의 시작, ‘적정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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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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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했다. 광주 건물 붕괴 참사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우려와 불신이 깊어졌다. 원인을 파악하던 중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28만 원-10만 원-4만 원’으로 단가가 삭감됐음이 드러났다. 이른바 약자에 대한 강자의 ‘단가 후려치기’다. 싼 게 비지떡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삭감된다. 과도한 경우 ‘후려쳐진 돈에 맞춰 먹기 위해’ 다양한 편법이 동원된다. 하루하루가 돈이니 ‘빨리 빨리,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 강도’를 유발하는 무리한 공기 단축이 등장한다. 안전은 무시하게 되고, 어쩔 수 없다며 정당화한다. 사망사고 1위의 이면이다.

삭감된 임금으로는 일 잘하는 사람 대신, 아무나 싼 사람을 찾는다. 저임금 불법 외국인이 많아지고, 신축 건물에서 물이 새며, 붕괴되면 목숨을 앗아간다. 젊은 층의 기피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부실시공과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약자를 후려친’ 강자 역시 제재와 비난을 받는다. 결국 강자와 약자, 국민까지 위협하는 ‘비정상’을 초래한다.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

강자로부터 저가로 수주해도, 약자의 단가를 더 낮게 삭감할 수 있다면 남길 수 있는데, 이를 막을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가장 약자인 노동자의 ‘임금 삭감 가능성’이다. 한국에 비해 본국의 임금이 낮은 외국인이 많아질수록 저가경쟁은 더욱 격화된다. 따라서 정상화의 출발점은 ‘노동자 임금의 과도한 삭감을 막는 것’이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바로 미국의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 제도(1931년)다. 공공 공사에서 정부가 공표한 직종별 임금의 하한선을 규정함으로써, 낙찰률 상승, 내국인 고용, 하도급자의 이윤 보장, 도급단계 축소, 산재 감소(일반 50%, 사망 15%) 등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2017년에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내에 설치된 건설산업 태스크포스(TF)에서 각계 전문가의 논의를 모아 도입 방향을 최초로 발표했고, 연구용역 및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6월 18일에 개최된 제20차 본회의에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 방안”을 확정하면서 제도시행의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시, 경기도, 국토부 산하기관의 시범사업에서 적정 공사비 확보, 임금 상승, 내국인 고용 증가, 품질 및 생산성 제고, 도급단계 감소, 산재 감소 등이 나타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루빨리 적정임금제가 정착되어 건설현장을 정상화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건설산업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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