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밀린 '소주성'... 최저임금, 박근혜 정부보다 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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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밀린 '소주성'... 최저임금, 박근혜 정부보다 덜 올랐다

입력
2021.07.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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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이 액수는 문재인 정부에게 두 가지 불명예를 안겼다. '최저임금 1만 원' 대선 공약이 무산된 데다 임기 중 평균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에 미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집권 첫해 16.4%라는 높은 인상률로 출발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제동이 걸린 결과다. 노동계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성토했고, 경영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저시급 440원(5.1%) 인상... 문 정부 평균 7.2% 올라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시급은 올해보다 440원(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주휴수당 포함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으로 올해보다 9만1,960원 인상됐다.

올해도 예년처럼 노사 간 입장 차는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최초안으로 1만880원을 냈던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1,280원(14.7%)을 인상한 1만 원을 3차 수정안으로 냈다. 최초안이 동결이었던 경영계는 130원(1.5%) 인상하는 8,850원을 3차 수정안으로 냈다.

양측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고, 공익위원들은 9,030원에서 9,300원 사이를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결국 민주노총 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이 퇴장했고, 남은 위원들이 표결을 한 결과 찬성 13표로 9,160원안이 의결됐다.

소주성 핵심 공약 '최저임금 1만 원'... "달성도 못 하고 갈등만 키워"

이로써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2%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평균 인상률 7.4%보다 낮다. 이명박 정부(5.2%)보다는 높지만, 김대중 정부(9.0%), 노무현 정부(10.6%)보다도 낮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계 임금과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하고 그 결과 경제 성장을 이루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하려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했다.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해마다 15.7%씩 최저임금을 올려야 했다.

임기 초엔 약속이 지켜지는 듯했다. 첫해 16.4% 인상에 이어 2018년엔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단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2.87%, 2021년에는 1.5%까지 인상 폭이 떨어지면서 평균 인상률은 7.2%에 그치게 됐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관된 기준 없이 상황 논리에 따라 '널뛰기 인상'을 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 '을들의 전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경영계 모두 강력 반발

노동계에선 "지난 대선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던 최저임금 1만 원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사용자 측 요구를 받아들여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가 이뤄진 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5년 평균 7.2%보다 더 떨어진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경영계도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내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취약계층 근로자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사 모두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운 위기 상황"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줄 것을 노사 양측에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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