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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대법 판결 3년만에 하급심 반기… “소신판결” vs “근거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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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대법 판결 3년만에 하급심 반기… “소신판결” vs “근거빈약”

입력
2021.06.08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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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후폭풍>
"국제법상 대법원 판례가 소수설"
"주관적 견해로 사법 정치화 초래"
법조계 내부서도 찬반논란 뜨거워
"2심 때 뒤집힐 가능성도 적지 않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기업 16곳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회 변론기일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법원 민사합의34부는 7일 피해자 측의 청구를 각하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 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기업 16곳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회 변론기일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법원 민사합의34부는 7일 피해자 측의 청구를 각하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 뉴스1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1심 재판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3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급심이 대법원 결론과 달리 새로운 판결을 제시한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지만, 논거의 충실성과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는 법원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는 7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1965년 발효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논리는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의 소수 의견과 같은 취지다. 재판부는 특히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대법원 판결을 겨냥해 “유감스럽지만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뒤, 한일협정을 깨고 청구권을 인정하는 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제법 위반 취지의 결론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과는 정반대 결론이라 “이례적 반란”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법원 내부에선 “소신 판결”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때로는 대법 판례에 반하는 판결이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하급심에서 반기를 드는 판결이 수차례 이어진 결과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판결 내용을 두고는 법원 안팎에선 찬반양론이 뜨겁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위안부 문제와 달리 강제징용은 한일협정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라며 “조약으로 정부가 돈을 받았는데, 없었던 셈 치고 다시 배상하라고 판결했던 대법 판결이 잘못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기존 대법 판례가 국제법적으로 소수설이고, 그간 한일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번 판결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 판결을 ‘정조준’하기에는 "법리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재판부는 (대법 판결 이후) 지난 3년간의 사정 변경이나 국제법적 변경에 대한 언급 없이, 당시 대법관 2명의 소수의견만 인용했다”면서 “법률적 논거는 취약하면서 ‘청구 인용하면 나라가 위태롭다’는 식으로 결론 내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도 “해외 판례나 국제조약에 대한 학계의 해석 등 탄탄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기보다는, 재판부의 정치·철학적 견해가 강하게 담겨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일협정 외화로 이룬 한강의 기적" "한미동맹 악화 우려" 등 주관적 견해를 다수 명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고법 부장판사는 “법리와는 무관한 불필요한 문구를 넣어 ‘사법의 정치화’를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대법 판결이 나온 지 3년 밖에 안 된 점을 들어, 이번 판결이 2심 단계에선 뒤집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나실 기자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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