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혹시 신문기사로도 나가는 건가요? 그러면 좀 이야기하기가 곤란해서요…”
가늘게 떨린 목소리에선 두려움이 역력했다. 돌아올 게 뻔했던 겁박에 대한 걱정으로 읽혔다. 그동안 당해오면서 쌓였던 트라우마에 속마음까지 감추긴 어려운 듯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해 전한 한 통신업체 관계자의 속앓이다. 그의 속내에선 규제기관인 과기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통신 정책과 관련해 비판적인 기사라도 나오면 수시로 하달된 과기부의 압박은 이런 불안감을 더 부추겼다.
최근 불거진 ‘5세대(5G) 서비스 품질 논란’ 보도 과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행여 과기부와 연관된 기사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한마디로 난리가 납니다. 조금이라도 기사 내용을 좋게 바꾸기 위해 언론에 속된 말로 ‘작업’을 하라고 하죠.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또 다른 통신업체 관계자의 귀띔에선 곤혹스러웠던 당시 상황이 그대로 연상됐다.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광고나 협찬으로 연관된 기업과 언론의 약한 고리를 최대한 활용해 보라는 취지의 메시지로 들려서다.
2년 전 5G 상용화 당시 “지금보다 20배 빠르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던 과기부는 이통사에 대한 관리 소홀의 책임으로 현재도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값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아직 통신 사각지대에 놓인 농어촌 사용자들이 부지기수여서다. ‘세계 최초 5G 상용서비스 개시’란 번지르르한 타이틀 획득을 위해 집어 든 무리수가 부른 부작용이다.
과기부의 위압적인 태도 또한 문제다. 과기부와 관련해 부정적 기사가 게재되면 이통사에선 마음의 준비가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이통사, 당신들이 언론에 정보를 흘려 준 게 아니냐, 도대체 누구냐”에서부터 “뭐 하자는 거냐, 잘하자”라는 식의 강압적 발언이 과기부에서 쏟아지기 일쑤여서다. “협박이나 다름없죠.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받는 기분까지 들거든요. 그렇지만 과기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통신사야말로 ‘갑을병정’ 중에서도 ‘정’인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받아들여야죠.” 과기부의 갑질을 적나라하게 전한 이통사 관계자에게선 울분이 느껴졌다. 움직일 수 없는 상하 관계에서 파생된 고질적 병폐였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게 속은 편하다는 설명이다.
과기부는 디지털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야 할 핵심 부서다. 과거보단 미래 지향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매진해야 될 주무부처라는 말이다. 이런 곳이 지금도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억압적 방식으로 통신업체 등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다. 잘못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시정하면서 바로잡아 나가면 될 일이다. 허물이 들춰졌다고 해서 내부고발자라도 색출할 요량으로 기업들에 부당한 압력이나 행사하는 게 과기부의 특권은 아니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은 14일 취임사에서 향후 추진해 나갈 과학기술통신 분야의 중점 사항들을 열거했다. 하지만 서둘러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과기부에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관행처럼 익숙했던 어두운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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