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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지 말고 씹어 먹자" 세계 최초 씹는 커피 만든 푸드테크 코바코리아

입력
2021.05.18 06: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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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대표 “우주에서도 먹기 위해 씹는 커피 개발”

"커피 한 개 드실래요?" 한 잔이 아니라 한 개다. 정사각형 봉지를 뜯어보니 가로 세로 약 5㎝ 크기의 납작하고 네모난 초콜릿 같은 고형물이 들어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씹어 먹는 고체 커피 '코바'다. 먹어보니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맛이다. 부드럽게 녹이거나 씹고 나면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입 안 가득 진한 커피향이 퍼진다.

"방금 에스프레소 한 잔을 씹어 먹었어요." 작은 초콜릿 모양의 씹는 커피 하나가 에스프레소 한 잔에 해당한다. 가격은 개당 3,300원.

이제 코바 덕분에 여러 잔의 커피를 주머니나 작은 손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며 초콜릿이나 껌을 씹듯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기발한 커피를 만든 주인공은 푸드테크 신생기업(스타트업) 코바코리아의 김동주(23) 대표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제품만큼이나 기발한 개발담을 들어봤다.

김동주 코바코리아 대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씹어 먹을 수 있는 고체 커피 '코바'를 먹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동주 코바코리아 대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씹어 먹을 수 있는 고체 커피 '코바'를 먹고 있다. 고영권 기자


"우주에서 먹을 수 있는 커피 만들려고 개발"

고체 커피의 시작은 우주였다. 코바를 개발한 재미 동포 이형석(피터 리)씨는 버클리 대학생 때이던 2016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공간에서 팩에 든 커피를 빨대로 먹는 영상을 보고 우주에서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씨는 우주에서 액체가 떠다녀 마실 수 없으니 고체로 먹으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씨는 생각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업으로 옮겼다. 미국에서 고교 자퇴 후 원두를 볶아 카페에 공급하는 루비아커피컴퍼니를 운영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고체 커피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2018년 세계 최초의 고체 커피를 개발했다. 코바(coba)라는 상표는 막대(bar) 모양의 커피(coffee)를 뜻하는 커피 바의 줄임말이다.

우주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하필 우주 커피를 고민했을까. 이씨는 개인보다 우주 탐사에 나서는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구상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버진그룹의 우주탐사 기업 버진갤럭틱을 상대로 코바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언제인가 사람들이 우주 여행을 하게 되면 그때는 코바로 커피를 먹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버클리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시작

버클리 대학 후배였던 김 대표는 2019년 우연히 코바를 알게 됐다.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법학과 신입생 때 한인경영학회(KBO)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덴트로'라는 의류 사업을 했다. "유학 비자여서 돈을 벌 수 없어 동아리를 만들어 사업 경험을 쌓았죠."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덴트로는 나무처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상표다.

의류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의류업자들이 중국에서 만든 옷을 대학 동아리들에 비싸게 팔아 600% 이윤을 남기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싸게 팔아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동아리여서 수익이 학교에 귀속돼 개인적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어요."

김 대표는 의류 사업 중 학교에서 홍보차 무료로 나눠주던 코바를 먹어봤다. "맛이 없었어요. 당시에는 시험 단계였거든요. 하지만 제품은 흥미로웠어요. 탄생 일화가 아주 마음에 들었죠."

하루에 4, 5잔 이상 커피를 마실 만큼 애호가인 김 대표는 고체 커피를 전 세계적인 사업으로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은 커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수백 년 동안 마시기만 했던 커피를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거죠. 그 방법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김 대표는 이씨를 만나 사업을 확장하자고 설득했다. 그 사이 취직해 미국 은행원이 된 이씨는 부업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코바의 성장 속도가 더뎠다. "미국 전체 대학에 코바를 보급하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우선 버클리대학에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아 보스턴대학 등에서도 공급해 달라는 제안이 왔다. 그러던 차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졌다.

김동주 코바코리아 대표는 고체 커피 '코바'를 통해 마시는 커피 문화에 더해 씹는 커피 문화를 추가할 생각이다. 그는 씹는 커피를 "커피의 네 번째 물결"이라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김동주 코바코리아 대표는 고체 커피 '코바'를 통해 마시는 커피 문화에 더해 씹는 커피 문화를 추가할 생각이다. 그는 씹는 커피를 "커피의 네 번째 물결"이라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코바 1개가 에스프레소 한 잔

"코로나19는 절호의 기회였어요." 졸업을 앞둔 대학을 휴학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일 핑계가 됐다. 김 대표는 이씨에게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키우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다며 저를 재미있게 여겼어요."

지난해 3월 귀국한 김 대표는 대학 동문 등 친구 3명과 지금의 회사를 차려 미국 아이다호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코바를 들여왔다. 지금은 직원이 7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들은 커다란 좌절을 맛봤다. 제품이 성분 때문에 통관되지 못한 것이다.

코바 1개는 에스프레소 1잔에 해당하는 커피 원두가 들어간다. 보통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커피는 에스프레소 3잔 분량의 원두와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를 맞추기 위해 미국에서 파는 코바에 추가로 카페인을 첨가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렇게 팔지 못한다. 식품위생법상 카페인만 뽑아내 따로 첨가하면 식품으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첫 제품을 모두 폐기 처분했다. "관련 법을 잘 몰라서 발생한 사고였어요."

김 대표는 몇 달 동안 이씨 및 식품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판매용 코바의 제조법을 따로 개발했다. 관련 기술은 국내외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9월 '코바 오리지널'이라는 국내 판매용 첫 제품이 탄생했다.

국내 판매 제품은 커피 원두 외에 별도 카페인을 첨가하지 않는다. "카페인 함량이 미국 제품은 100㎎이고 국내 제품은 43㎎이에요. 미국 제품은 맛이 진하고 국내 제품은 커피 향이 진해요." 별도로 개발된 국내 판매용 코바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아이다호 공장에서 따로 생산된다.

유명 중견그룹 2세 출신 애써 감춰... 제주서 양산해 호텔 등에 공급

문제는 해외에서 만들어 들여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이 든다. 그만큼 국내 양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요즘 국내에서 제품을 위탁 생산할 공장을 찾느라 바쁘다. "제주와 경기도 공장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주에 초콜릿 공장, 박물관 등이 위치한 초콜릿 허브가 있어요. 여기서 코바 감귤처럼 국내에 특화된 고체 커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빨리 결정해서 올해 안에 국내 공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제품을 알리는 것도 과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난 3월 와디즈와 이용자들의 사전 투자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결과는 당초 목표치의 5,000%를 초과하는 대박이었다. "1만1,000개 판매를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는데 초기에 목표치를 훌쩍 넘겼어요. 어떤 분들은 제품 구입을 하지 않고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며 기부를 해줬어요."

와디즈 펀딩을 보고 힘을 얻은 김 대표는 기업을 상대(B2B)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국내 1위의 유명 스터디 카페, 유명 호텔, 공유 사무실 및 카페 체인점들을 만나 코바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이 중 일부는 8월부터 제품을 공급받기로 했다.

관련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큰 식품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쇄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 개발을 고려하고 있어요. 대형 식품회사들이 투자해 주면 좋죠."

그동안은 김 대표가 따로 소유한 무역회사에서 투자한 돈으로 운영한다. 김 대표는 아버지 소유의 유명 중견 그룹 중 전자회로기판(PCB)을 공급하는 계열사 한 곳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 회사를 애써 감췄다. "아버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 힘으로 서고 싶어요. 종잣돈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회사 계열사에서 받았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해야죠."

"커피의 네 번째 물결 만들 것"

김 대표의 목표는 코바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 코바를 널리 알리고 2년 후 해외로 시장을 넓히려고 해요."

여기 맞춰 후속 제품도 개발 중이다. 블랙커피에 해당하는 '코바 블랙'이다. "코바 블랙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물성 커피예요. 즉 유제품이 하나도 안 들어가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유제품 대신 카카오로 만든 버터를 넣습니다."

어려서부터 사업가가 되기를 원했던 김 대표는 다른 꿈이 있다. 빌앤드멜린다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처럼 많은 사람을 돕는 자선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각종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나중에 크면 어머니처럼 많은 사람에게 도움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초등학생 때부터 했죠. 사업은 이를 위한 발판입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창업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꿈과 사람들이 즐길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커피의 네 번째 물결이 되고 싶어요.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이 첫 번째 물결이라면 프랜차이즈 카페와 스페셜 티로 분류되는 고급 커피의 등장이 제2, 제3의 물결이죠. 3가지 물결은 모두 마시는 커피를 기반으로 해요. 네 번째 물결인 고체 커피가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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