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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종이 명함 쓰나요?" 디지털 명함 혁신 주도하는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

입력
2024.05.29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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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사진, 소리 등 다양한 정보 담는 디지털 명함 개발
"3년 내 1000개 기업에 퍼뜨리는 것이 목표"

얼마 전 국내 A사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외국 기업 대표들과 명함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혼자 종이 명함을 내민 것이다. 외국 기업 대표들은 스마트폰 앱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인식할 수 있는 플라스틱 카드, 즉 디지털 명함을 꺼내 들었다.

명함에 세대교체 바람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종이 명함보다 디지털 명함을 사용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구글, AT&T, 우버,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은 물론이고 푸르덴셜, 디즈니, 하버드대학 등 전통 기업과 대학들도 디지털 명함을 사용한다. 심지어 피닉스 선스, 브루클린 네츠 같은 미국 프로농구단도 디지털 명함을 도입했다.

디지털 명함이란 명함 정보를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나 디지털 카드로 대체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 명함으로 국내 명함 문화에 혁신을 일으키는 신생기업(스타트업) 크리에이터노믹의 이수민(26)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가 NFC 카드로 제작된 디지털 명함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하는 디지털 명함은 각종 명함 정보를 스마트폰 앱이나 NFC 카드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임은재 인턴기자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가 NFC 카드로 제작된 디지털 명함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하는 디지털 명함은 각종 명함 정보를 스마트폰 앱이나 NFC 카드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임은재 인턴기자


정보를 무한정 담는 디지털 명함

디지털 명함은 종이 명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종이 명함은 휴대하기 귀찮고 분실 우려가 있으며 계속 비용을 들여 재발급해야 한다. 또 직책, 전화번호 등 정보가 바뀌면 새로 찍어야 한다.

반면 디지털 명함은 앱이나 NFC 카드 속 반도체에 명함 정보가 저장돼 분실 우려나 휴대의 불편함, 재발급이 필요 없다. 또 정보가 바뀌면 소프트웨어로 간단하게 수정하면 돼 다시 찍지 않아도 된다. "종이 명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명함뿐이에요."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종이 명함은 발주부터 수령까지 며칠 걸리지만 디지털 명함은 1, 2분이면 만들어요. 또 정해진 수량을 모두 사용하면 다시 주문해야 하는 종이 명함과 달리 재발급이 필요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죠."

무엇보다 디지털 명함의 가장 큰 장점은 무한한 정보의 확장성이다. 종이 명함과 달리 자세한 회사 및 개인 소개와 제품 및 서비스를 알리는 동영상, 사진, 소리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명함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에 제한이 없어요. 따라서 연락처 교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사업 내용을 알리고 구매 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어 홍보 및 판매로 이어지죠."


명함 전달 방법도 달라져

디지털 명함을 사용하는 해외 기업들은 거래처와 인터넷으로 영상회의를 할 때 화면에 디지털 명함의 큐알(QR)코드를 함께 띄워 놓는다. "화면에 나타난 큐알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회의 참가자의 정보를 알 수 있죠."

그만큼 명함 전달 방법도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종이 명함은 만나서 손으로 전달해야 하지만 디지털 명함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이메일이나 영상회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디지털 명함의 장점에 주목한 이 대표는 2022년 크리에이터노믹을 설립하고 디지털 명함 서비스 '슬라이스'를 선보였다. 앱과 NFC 카드 등으로 구성된 슬라이스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 회원 가입을 하면서 이름, 연락처, 회사명 등 정보를 입력하면 명함에 해당하는 큐알코드가 바로 생성된다. 이렇게 만든 큐알코드를 상대방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명함 정보가 전달된다. "명함 정보는 앱에서 쉽게 고칠 수 있어요. 상대방이 슬라이스 앱을 갖고 있지 않아도 큐알코드를 찍으면 명함 정보가 나타나요."

슬라이스 앱은 명함 제작 및 수정을 뛰어넘어 명함첩 기능까지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종이 명함과 디지털 명함을 저장해 관리할 수 있어요."

슬라이스 앱에 수록된 명함 정보는 NFC 카드로도 만들 수 있다. 명함 정보가 저장된 NFC 카드를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 접촉하면 명함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비용은 슬라이스 앱으로 디지털 명함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무료고 NFC 카드만 돈을 받는다. NFC 카드는 개당 기본형 1만5,000원, 이용자가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주문형 3만5,000원이다.

NFC 카드의 초기 비용만 보면 비쌀 수 있다. 그러나 종이 명함과 달리 재발급 비용이 들지 않아 더 경제적일 수 있다. "기본형 NFC 카드는 평균 200매 1통에 1만5,000원 받는 종이 명함과 가격이 비슷해요. 하지만 반복해 주문할 필요가 없어 전체 비용이 종이 명함보다 덜 들죠. 다음 달 중 직원이 많을수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업용 NFC 카드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재 슬라이스 이용자는 약 1만 명이다. "창작자 등 개인과 사명을 밝힐 수 없지만 일부 건설회사와 정보기술(IT) 회사 등 20개 기업이 슬라이스 명함을 쓰고 있어요. 창작자 등 개인은 명함에 작품을 넣기도 해요. 기업들은 주로 해외 거래처가 많은 곳들이죠."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는 명함 문화 혁신을 위해 대학 4학년 때 창업을 했다. 정해진 삶을 살기 싫어하는 그에게 창업은 미래를 향한 도전이자 삶을 바꾸는 혁신이다. 임은재 인턴기자

이수민 크리에이터노믹 대표는 명함 문화 혁신을 위해 대학 4학년 때 창업을 했다. 정해진 삶을 살기 싫어하는 그에게 창업은 미래를 향한 도전이자 삶을 바꾸는 혁신이다. 임은재 인턴기자


사람들의 습관 바꾸는 것이 관건

관건은 인지도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명함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전달할 때 설명해야 하고 이용 방법을 알려야 한다. 결국 종이 명함 전달에 익숙한 사람들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벤처투자사들에서 기존 관습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보수적인 국내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디지털 명함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오히려 이 대표는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빠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리자와 경영진 등 핵심 인력만 설득하면 기업 전체에 디지털 명함이 도입될 수 있죠. 경영진에게 매출에 도움 되는 기업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죠."

반면 해외에서는 2018년부터 디지털 명함이 확산됐다. "구인구직 중개로 유명한 링크드인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2018년 '포플', '하이헬로' 등 디지털 명함 회사들이 등장했어요.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도 디지털 명함 확산에 기여했죠. 포플의 디지털 명함을 사용하는 기업은 5,000곳이 넘어요."

그래서 이 대표는 다음 달부터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대한다. "올 들어 기업 50곳 이상에서 문의가 들어와서 '비즈 슬라이스'라는 B2B 서비스를 새로 내놓아요."

다음 달 시작하는 비즈 슬라이스는 회사에서 입사자와 퇴사자의 명함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전사적 디지털 명함 중앙관리 시스템이다. "기업 내 관련 부서에서 신규 입사자를 등록하면 1, 2분 안에 바로 디지털 명함이 발급돼요. 또 조직 내 인사발령이 있으면 개인들의 디지털 명함도 즉시 바뀌죠."

이와 함께 사원증을 디지털 명함에 결합하는 기능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출입 기능을 가진 사원증과 NFC 기능을 결합해서 디지털 명함 하나로 사원증까지 대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미래의 나를 모르고 싶다"

연세대에서 창의기술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던 중고교 시절부터 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6년간 생활했어요. 그런 영향으로 회사 경영에 관심 있었죠."

그는 대학에서 진로 고민을 많이 했다. "생계 수단만이 아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10년 이상 열정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 대학 생활의 목표였죠. 그래서 다른 전공 수업도 많이 듣고 사회혁신, 창업, 전략마케팅 등 학회도 3개나 참여해 직업을 고민했죠."

그 결과 대학 4학년 때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직장을 다니는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직장 생활은 3년, 5년 뒤 미래가 명확했어요. 즉 미래의 모습이 정해져 있죠. 저는 미래의 모습을 모르고 싶어요. 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에게 창업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지금 또는 다음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풀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도구에 관심을 가졌고 명함이 눈에 들어왔죠. 명함은 경제 활동의 기본인데 한계가 보였어요."

하지만 정작 명함을 사용해 본 적 없는 그가 디지털 명함 사업을 한다니 우려가 따랐다. "인턴조차 해보지 않아 사회 경험도 없고 명함도 받아본 적 없는데 어떻게 명함 문화를 바꾸냐며 회의적으로 본 투자사들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보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육성업체 블루포인트에서 종잣돈을 투자받아 시작한 사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어요. 하지만 힘들다고 피할 수 없으니 평일에 회사 일을 하고 주말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사무실 월세를 냈어요. 함께 일하는 4명의 직원도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삶의 가치가 비슷한 사람을 찾았죠."

그러면서 NFC 카드 생산장비까지 갖추고 인터넷 유명인들에게 디지털 명함을 만들어주며 시장 확인을 위한 실험을 계속했다. "종이 명함의 불편함을 해소할 대체제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업 모델을 다듬었어요."

그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목표는 원대하다. "3년 내 1,000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 요구에 맞춰 명함 하나에 다양한 언어가 들어가는 다국어 지원 기능을 내놓을 거예요. 올해 매출 목표는 수억 원대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키워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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