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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키트, 코로나 확산 불쏘시개 될까 소방수 될까

입력
2021.04.23 17:45
수정
2021.04.23 20:3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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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용 항원키트 2종을 허가했다. 사진은 자가검사키트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나타내는 붉은색 두 줄(왼쪽), 음성 판정을 나타내는 붉은색 한 줄(오른쪽). 식약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용 항원키트 2종을 허가했다. 사진은 자가검사키트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나타내는 붉은색 두 줄(왼쪽), 음성 판정을 나타내는 붉은색 한 줄(오른쪽). 식약처 제공

정부가 스스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허가했다. 정확도가 낮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전자(PCR) 검사가 어려운 특수한 경우엔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 달부터 누구나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자가검사키트 구매가 가능해지면 '숨은 감염자'를 광범위하게 찾아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자가검사키트로 '가짜 음성'이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는 위험이 커져 오히려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자가검사키트 두 제품 국내 첫 품목허가

식약처는 23일 "스스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을 3개월 내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했다"고 밝혔다. 두 제품은 각각 국내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제품으로, 앞서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받았고 해외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쓰이고 있다.

이들 자가검사키트는 개인이 직접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15분 내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코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바이러스(항원)의 특정 성분을 검출해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다음 달부터 처방전 없이 시중 약국이나 인터넷으로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면 선별진료소 PCR 검사로 다시 확인을 받아야 하고, 증상이 있다면 자가검사키트 결과와 관계 없이 PCR 검사를 해야 한다.

현재 의료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신속진단키트도 항원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점에서 자가검사키트와 유사하다. 그러나 신속진단키트는 콧속 깊은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 전문적인 판독 검사를 해야 하는 데 비해 자가검사키트는 비인두가 아닌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를 쉽게 알 수 있어 일반인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방역당국 "자가검사는 보조수단…PCR로 재확인해야"

방역당국은 그간 민감도가 낮다는 이유로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민감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얼마나 정확히 가려내는지를 뜻한다.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가 밝힌 자사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는 각각 82.5%, 92.9%다. 나머지 17.5%와 7.1%는 이들 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실제로는 양성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했느냐에 따라 항원검사 방식의 민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이런 이유로 방역당국도 자가검사키트를 코로나19 확진용이 아닌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천권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분석관리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는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능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며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검사 대상자가 일정하고 주기적 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적극 주장해온 만큼 서울시는 이날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전문가들과 논의해 적절한 시범사업을 할 시설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집단감염이 많이 생길 수 있는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과 주기적 검사가 가능한 곳, 적극적으로 시설·협회에서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진 곳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R 검사 확대하는 게 낫다" vs "단점보다 장점 많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는 개당 1만 원으로 일주일에 2, 3회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유행이 극심하지 않은 나라에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민감도도 낮은 검사 방식을 굳이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양성이 나와도 결국 PCR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럴 거면 임시선별검사소를 확대해 PCR 검사를 더 많이 받도록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반면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발현된 경우엔 정확도가 매우 높은 방식이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며 "무증상 감염이나 경증 환자를 찾아내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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