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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현지 과세론

입력
2021.04.1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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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주례 경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주례 경제 브리핑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운영 원리로 내세워지는 평화나 공존·공영의 가치들이란 게 어쩌면 약육강식의 살벌한 현실을 가리는 커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아편전쟁 당시 영국이 내세운 청나라 침공의 명분도 ‘무역 상대국에서의 영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매우 그럴듯한 논리였다. 하지만 연간 300만 톤에 이르는 아편을 풀어 무역 상대국을 망가뜨리는 만행을 먼저 저지른 게 영국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그저 몰염치를 가리는 ‘눈 가리고 아웅’이었던 셈이다.

▦ 현대에 들어 국제기구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된 몇몇 규율들도 보기에 따라서는 불공정한 것들이 적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이제 어느 나라도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목표가 됐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을 비롯한 후발 산업국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지난 세기까지 아무런 규제 없이 지구 대기를 맘껏 오염시키면서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들엔 유리하고, 이제 산업을 일구는 개도국들엔 멍에가 되는 불공정 원리라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다.

▦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비슷하다. 부실화 위험을 반영한 대출 등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말하는데, BIS는 금융 건전성과 안정성을 위해 최소 8% 이상 유지토록 각국 은행에 권고하고 있다. 말이 권고지, 은행 신용평가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론 엄격한 국제기준이다. 하지만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들과 달리, 적은 자본으로 최대한의 금융효과를 창출하는 게 절실한 개발도상국들로서는 ‘금융족쇄’가 되는 셈이다.

▦ 미국이 최근 글로벌 100대 다국적기업에 대해 매출 발생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며 국제협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프랑스가 구글 등 미국 IT 글로벌기업들을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으로 규정해 자국 내 연 매출의 3%를 매기는 디지털세를 신설하자,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시정한다며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 현대 등 이제야 글로벌사업을 본격화하는 우리로서는 “그동안 미국 다국적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세금 없이 해 먹은 게 얼만데” 하는 불만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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