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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프라 부양안'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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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프라 부양안'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입력
2021.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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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30%만 전통적 인프라 투자" 주장
백악관은 "인프라 새롭게 정의해야" 반박
바이든표 '큰정부' 신자유주의 퇴조 전망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 구축, 전기차 충전소 설치, 노인ㆍ장애인 돌봄 서비스 지원은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범주에 들어갈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조2,500억달러(약 2,540조원) 규모 초대형 투자 계획이 베일을 벗은 뒤 미국사회에 때 아닌 인프라 ‘정의’ 논란이 일고 있다. 인프라를 바라보는 백악관과 공화당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 법안 통과에 가시밭길이 예고된 건 물론,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역할론’을 두고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투성이다. 법인세를 인상(21→28%)해 천문학적 재원을 마련하려던 계획은 여당 일각에서조차 반발 목소리가 거세고, 예상치 못한 인프라 정의 문제까지 불거져 공화당과 대립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인프라 부양안은 △고속도로ㆍ교량 재건과 친환경 교통 확충(702조원) △저렴한 주택공급 등 주거 환경 개선(735조원) △연구ㆍ개발 및 중소기업 지원(655조원) △노인ㆍ장애인 돌봄지원(452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악관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최대 규모의 일자리 투자”라며 법안 시행으로 1,9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화당은 곧장 증세 이슈에 더해 각론을 끄집어내 반격했다.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 계획 중 30%만이 ‘전통적’ 인프라에 해당돼 투자 규모를 6,150억달러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 교량, 공항 등 좁은 의미의 산업기반만 인프라로 본 것이다. 공화당은 친환경 전기차, 초고속 통신망, 청정에너지 등 최근 부각된 분야는 정부 재정이 아닌, 민관이 협력해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공화당의 이런 접근법을 “고루하다”고 치부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인프라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실리아 라우스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날 CBS방송에서 “(친환경 등) 투자야말로 지금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자금을 대고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90번 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90번 고속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학계로 번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CEA 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계획에 ‘돌봄 지원’ 등이 포함된 점을 언급한 뒤 “상당 부분이 사회적 지출일 뿐 생산성과 경제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세인 그린스타인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1930년대 뉴딜시대에도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은 전기가 보편적 접근이 필요한 공공 인프라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면서 “이젠 깨끗한 물과 전기가 아닌 디지털 접근성으로 바뀐 것 뿐”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팽팽한 찬반 여론에 “정치ㆍ경제 논쟁이 철학적 질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초대형 재정지출과 이를 통한 적극적 복지 확대에 방점을 둔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이 지난 40년간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를 떠받쳐 온 신(新)자유주의 퇴조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70년대 전 세계 불황과 맞물려 득세한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시장 개입 폐해를 지적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그러나 취임 70일을 넘긴 바이든 대통령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프라 투자와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치는 이른바 ‘큰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는 서구사회의 새로운 정치적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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