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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사태에 첫발부터 꼬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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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사태에 첫발부터 꼬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

입력
2021.03.31 2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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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부동산 투기 근절' 전국 검사장 회의
구체적 대응방안보다는 현황 논의에 그친듯
검찰 직접수사 권한 축소 부작용만 부각돼

조남관(가운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31일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검 제공

조남관(가운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31일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검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종착지로 삼아 거침없이 진행돼 온 검찰개혁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있다. 검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등에 업고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달성했던 정부와 여권이 이제는 부동산 투기 범죄 대응과 관련, 검찰의 ‘적극 참전(參戰)’을 요구하는 여론 눈치를 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LH 사태가 쏘아 올린 유탄에 검찰개혁 동력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궁여지책으로 ‘대규모 검찰 인력 투입’ 등의 대책도 나왔지만, 오히려 수사권 조정으로 직접 수사 권한이 대폭 축소돼 사실상 손과 발이 묶인 검찰의 한계만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으로 이어질 검찰개혁의 다음 스텝도 완전히 꼬여 버렸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검사장 회의서도 뾰족한 대책 안 나와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났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주재한 이날 회의엔 전국 지방검찰청 18곳의 지검장, 3기 신도시 관할 수도권 지청 5곳 지청장이 참석했다. 범정부적 총력 대응 방침에 검찰도 적극 화답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수사 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조 총장대행도 모두발언에서 “공적 정보와 민간투기세력의 자본이 결합하는 부패 고리를 끊을 필요성이 크다”며 “국가 비상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고강도 발언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도출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뾰족한 해법보다는 △전담 수사팀 구성 현황ㆍ대응 사례 공유 △2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사범 단속 사례 점검 △검ㆍ경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한 대검의 역할 제고 등의 논의만 오갔다고 한다. 일부 검사장들은 '수사권 제한에 따른 검찰 역할 축소에 대한 답답함’만 직설적으로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검수완박 주장하더니, 검찰의 적극 역할?"

검찰 안팎에선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도 부동산 투기라는 범법 행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도 “경찰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부동산투기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같은 ‘자조’엔 결국 정부를 향한 볼멘 목소리가 깔려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해 놓고, 이제 와서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부는 올해 출범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부동산 투기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고집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은 국수본의 수사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면서 경찰에 힘을 실어 줬다. 이날 검사장 회의를 앞두고 “명운을 걸고 부동산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사태 초기엔 “(LH 직원들이) 혐의를 받는 게 부패방지법 위반인데, 그 부분은 경찰의 수사 권한 사항”이라고 검찰의 수사 관여에 선을 그었다.

스텝 꼬인 검찰개혁... '중수청 강행' 힘들 듯

한 법조계 인사는 “정부로선 부동산 사태로 민심이 들끓고, 당면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 상황이 다급해진 터라 검찰에 다시 손을 내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정부가 수사권 조정 시행 석 달 만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모순”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이러한 ‘급격한 방향 전환’은 향후 검찰개혁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부 강경파가 주도하는 중수청 설치 강행 목소리도 당분간은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이 LH 사태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수완박이 목표인 중수청 신설을 계속 주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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