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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우리 기획 아니다"...이재명계, 서울시장 선거 '원팀'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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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우리 기획 아니다"...이재명계, 서울시장 선거 '원팀' 모드로

입력
2021.03.23 07: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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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박 후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민 김병욱 정성호 의원, 박 후보, 임종성 김남국 의원. 정성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10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박 후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민 김병욱 정성호 의원, 박 후보, 임종성 김남국 의원. 정성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1등 후보가 2등 후보를 견제하려고 선거를 일부러 망치려 하겠습니까."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은근히 바라는 게 아니냐는 '설'을 반박하면서다. 여권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이 지사 진영이 기획 폭로했다는 음모론이 나도는 터다. 민주당이 보선에서 지면 공천을 한 직전 당 대표이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가 큰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재명계는 특유의 기동력을 동원해 '4·7 보궐선거 원팀'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지사 본인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측면 지원 중이다.

오세훈 협공·박영선 캠프에 인력 지원

친이재명계의 원팀 과시 행보는 이 지사가 지난 11일 "지상 최대의 이간 작전이 시작됐다"며 '발끈'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과의 충돌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사적 욕망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진짜 민주당원은 원팀 정신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4·7 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4·7 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원팀 강조'의 한 축은 인적 지원이다. 이 지사의 측근인 이규민 민주당 의원이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중소기업육성특별위원장' 직책을 맡았다. 박 후보가 19일 '시민 1인당 재난위로금 10만 원 지급' 공약을 내놓자, 이 의원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서울시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이 의원과 또 다른 이재명계인 김병욱,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 캠프로 보좌진을 파견했다.

친이재명계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견제에도 열심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의원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수용' 의혹을 언급하며 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LH 사태 관련 현안 질의가 정무위 소집 목적이었지만, 김 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오 후보를 겨냥했다.

이재명, 페북에 박영선 책 '공유'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상 광역단체장의 선거 중립 의무 때문에 명시적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이에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박 후보 지지 메시지를 '은근히' 발신하고 있다. 20일엔 페이스북에 박 후보의 저서인 '박영선과 대전환' 표지 사진을 공유하며 "정치인 박영선의 철학과 비전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홍보했다. 17일엔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방문했던 경기 평택시의 스마트팜 기업을 찾아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이 지사의 기획 일정으로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저서인 '박영선과 대전환'을 언급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저서인 '박영선과 대전환'을 언급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잡음 차단'에도 나섰다. 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5일 "3기 신도시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체가 되고, LH는 보조 참여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떤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전체공개'로 올렸다가 '친구공개'로 바꿨다. 이 지사의 '어부지리 역할론'을 주장한 것으로 해석돼 시끄러워진 데 따른 것이다. 정 의원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것 같아서 공개 대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조직적·적극적 '원팀 행보', 왜?

이 지사 진영의 '원팀 행보'에는 친문재인계에 공격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4·7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여권 주류인 친문계의 '심기'를 건드려 유리할 게 없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이후 친문계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보궐선거 패배가 '정권교체론'에 불을 붙이면 이낙연 전 대표뿐 아니라 이 지사도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 지사의 한 측근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지면 선거판에서 야권의 파이만 커지는 효과를 낳는다. 이 지사에게도 결코 유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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