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윤석열 열풍'…밀치지도, 당기지도 못하는 與의 복잡한 속내

알림

'윤석열 열풍'…밀치지도, 당기지도 못하는 與의 복잡한 속내

입력
2021.03.18 10:00
수정
2021.03.18 10:11
0 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 사퇴 후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른 윤석열 전 총장의 기세가 심상찮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윤 전 총장 상승세에 올라타고자 저마다 “내가 그와 더 가깝다”는 이른바 ‘윤석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지만, 이제는 윤 전 총장이 '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이 된 탓이다. 밉다고 마냥 밀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칫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반문 결집이 거세질 경우, 당장 다음 달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윤 전 총장은 보선 캐스팅보터인 중도ㆍ무당층 지지도 일부 흡수하고 있다. ‘윤석열 열풍’을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묻어나는 이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하겠다”고 했다. 뉴시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하겠다”고 했다. 뉴시스


①“할 말은 많지만” 아예 언급을 않기= 민주당의 1차 전략은 윤 전 총장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최소한 ‘우리 편’은 아닌 만큼, 그가 최대한 세간의 이슈에서 멀어져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1일 관훈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도 9일 퇴임 간담회에서 ‘정치인 윤석열’을 평가해달란 질문에 “그런 말씀을 드릴 만큼 그 분을 잘 모른다”고만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의 부상을 지렛대 삼아 목소리를 키우는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충돌할 때마다 당 지지율이 부침을 겪었던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때릴수록 갈등만 상기될 것”이라며 “아예 언급을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②“지지율? 더 지켜봐야” 찬물 끼얹기= 윤 전 총장 지지율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여권 유력 주자들과 달리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역량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대선까지는 1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금방 꺼질 거품이고, 사라질 신기루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이는 역대 대선 직전 바람을 일으켰던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례와도 연결돼 있다.

실제 최근 윤 전 총장과 지지율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언제 또 어떻게 갈지 모른다”고 반응했다. 박영선 후보도 윤 전 총장 지지율에 대해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까진 직접적 원인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야권 편? 아닐걸” 틈 벌리기=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지만, 한때는 야권과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부각하기도 한다. 윤 전 총장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일명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를 껄끄러워하는 기류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내부엔 여전하다. 박 후보는 “윤 전 총장과 다른 시장 후보들과 관계를 봤을 때, 제가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하면서 “윤 전 총장과 관련해 ‘그가 어떻게 한다더라’ 등 여러 말이 나왔는데, 다 소설이라 전해 들었고 제가 확인도 해봤다”고 했다. 야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를 차단한 것이다.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을 대선에서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고 나왔다 해서 야당 쪽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을 자기 편이라고, 차기 대권후보로 내세우겠느냐”며 “결국 소모품으로 이용당하다, 소리 없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썼다.

이서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