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종시는 투기 지뢰밭'… 시의원·전직 건설청장까지 의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종시는 투기 지뢰밭'… 시의원·전직 건설청장까지 의혹

입력
2021.03.15 17:00
수정
2021.03.15 17:22
4면
0 0

정의당 세종시당, 공직자 투기 추가 제기?
시의원 지인들과 산단 지정 전 가담 의혹
LH는 공공임대 추가 모집 때 친인척 특혜
전직 건설청장은 산단 인근 토지 매입 논란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세종시 제공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세종시 제공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전에 예정지를 매입한 세종시 공무원 3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가운데, 다른 공무원과 시의원에 대한 투기 의혹이 추가로 제기돼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신도시) 건설 총책임자였던 전직 행정도시건설청장도 퇴임 후 스마트 국가산단 인근 부지를 매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15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세종시 공무원과 세종시의원을 금주에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세종시당에 따르면 세종시 공무원 A씨는 다른 시·도에서 근무할 때 취득한 세종시의 대규모 도시공원 조성 정보를 이용해 4,000만원에 부동산을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땅의 현재 거래가격은 매입가의 10배가 넘는 4억~5억원에 달한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A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려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현직 세종시의원 B씨에 대해서도 스마트 국가산단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B씨가 2018년 8월 산단 후보지 지정 이전에 지인들과 토지를 사들인 뒤 산단 지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종시의회는 시의원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까지 부동산 거래 내역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의회는 윤리특위와 의회사무처, 세종시 관계부서와 협의해 구체적인 조사 계획과 결과 발표 일정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꼼수를 동원해 친인척들에게 공공임대와 관련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공임대 자격상실' 등으로 추가 입주자를 모집한 세종시 해들마을 5단지에서 LH 직원들의 친인척이 다수 배정 받은 사실이 있다는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모집 과정에서 홈페이지에 '세종시'가 아닌 '전국 단위'로 입력해야 공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색조건을 까다롭게 했다는 구체적 특혜 제공 수법까지 나왔다. 정의당은 입주자 모집공고가 기존과 달리 변경된 사유 및 LH 직원의 친인척 등이 실제로 배정받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세종시는 땅 밟는 곳마다 투기판이 아닌 곳이 없어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차라리 스마트 산업단지 지정을 취소하라"는 요구하고 있다. 산단 예정지가 있는 연서면 와촌리 주민 성기혁(48)씨는 15일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 국가 산단 결사 반대'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성씨는 "고향에서 10년 넘게 농사 짓고 축사를 운영했는데 공무원들이 하루 아침에 쪽집을 짓고 보상을 받겠다고 한다"며 "묘목을 심어 보상가를 높게 받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저렇게 가건물로 보상도 받고 입주권도 받을 수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세종시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에 조립식 주택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독자 제공

세종시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단 예정지에 조립식 주택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독자 제공

세종시 신도시 건설 총책임자인 전직 행정도시건설청장이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단 인근 땅을 매입해 이해충돌 논란도 일고 있다. 전직 건설청장 C씨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C씨는 퇴임한 후(2017년 11월 말)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 토지 622㎡와 부지 내에 있는 경량 철골 구조물을 사들였다. 9개월 후인 2018년 8월 인근 와촌·부동리 일대가 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 땅은 산단 예정지에 포함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산단 주변지역은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과 상점이 들어서면서 지가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C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에 살려고 과천 집을 팔고 부동산 중개업소의 권유를 받아 매입한 것일 뿐 투기 목적은 아니다"라며 "신도시에 더 좋은 노른자위 땅을 많이 알고 있는데 왜 외곽 땅을 사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2017년 7월 퇴직했는데 13개월 후에 산단 후보지가 지정될 줄 어떻게 알겠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세종경찰청은 현재 세종시가 스마트 국가산단 투기 의혹으로 수사를 의뢰한 공무원 3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세종=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