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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한국인 신부가 보내온 편지... "남의 일 아닌 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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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한국인 신부가 보내온 편지... "남의 일 아닌 나의 일"

입력
2021.03.15 18: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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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병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폭력을 쓰지 말라고 애원하던 어느 미얀마 수녀님의 동영상을 보셨겠지요. 나는 이게 대한민국과 많은 나라에 퍼져 있는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미얀마 시민의 불복종 운동은 하느님 말씀과 양심에 대한 복종운동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아름다운 저항입니다.” (미얀마의 한국인 천주교 신부가 보내온 편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신부와 수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180도 파노라마 촬영. 김민호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신부와 수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180도 파노라마 촬영. 김민호 기자


서울의 주한 미얀마 대사관의 부속건물 앞에서 미얀마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는 한국인 신부의 편지가 낭독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5일 오후 성동구의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했다. 사제단은 편지에 담긴 현지의 소식을 전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서 나설 것을 촉구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겪은 국민으로서, 또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신자로서 미얀마 시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호소다.

미얀마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사제단은 다음 달 30일까지 모금운동을 펼친다. 사제단 대표인 김영식 신부는 이날 미사에 앞서 “고통받는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나눔”이라면서 “미사 소식이 미얀마 시민사회에 전달돼서 시민들이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종교인이 타국의 정치적 상황에 나선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김 신부는 “하느님의 가르침은 대한민국의 일부 세력에만 통용되는 가르침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통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인 김영식(가운데) 신부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인 김영식(가운데) 신부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김 신부에 따르면 모금액은 미얀마 군부를 피해서 비공개 경로로 현지 시민사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 신부는 “이미 이달 초에 모종의 매개자를 통해서 미얀마 시민사회에 2만 달러를 지원했다”면서 “장기적으로 시민사회 활동가를 키우기 위해서 한국 유학생을 선발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 신부들이 흰 제의와 보라색 영대를 착용하고 15일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신부와 수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민호 기자

천주교 신부들이 흰 제의와 보라색 영대를 착용하고 15일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신부와 수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민호 기자

이날 미사 강론에서는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는 한국인 천주교 성직자가 이달 초 친구에게 보내온 편지가 낭독됐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신부는 “3월 3일 어제 하루에만 마흔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저항을 ‘봄의 혁명’이라고 부르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이라고 털어놨다. 신부는 “하지만 겨울 추위를 뚫고 새순이 돋으며 꽃망울을 피우는 것처럼, 말도 안 되게 강한 걸 뚫어버리는 게 이 봄이 아니겠는가”라면서 “봄의 혁명이 완수되기를 기도하며 편지를 보낸다”라고 썼다.

이 신부는 하느님 앞에선 같은 인간으로서 미얀마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폭력이 그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부는 “인간 존엄과 희망에 직결된 일, 결국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면서 “(내정간섭이란는 군부의 주장은) 그것은 간섭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일이라 해야 옳다”고 밝혔다.

미사에 참석한 신부들은 미사를 집전할 때 착용하는 제의와 영대를 착용했다. 한 신부는 “평소에도 착용하는 제의지만 연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수녀와 수도자, 신부 등 관계자 40여 명은 거리를 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미사를 진행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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