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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안부 ICJ 검토 신중하게..." 한일간 긴장 가중 부담

입력
2021.02.16 16:30
수정
2021.02.16 18:4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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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이미 "2015년 위안부 합의 인정"
ICJ 제소 현실성 크지 않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위안부 할머니 등의 입장을 좀 더 청취해 보고자 한다"면서도 "ICJ 제소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가 나서 국제법으로 일본의 죄를 밝혀달라"면서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가 ICJ 제소를 요구한 것은 국내 소송만으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을 받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위안부 문제가 실제 ICJ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정치적 부담이 커서다.

일본 입장에선 위안부 문제를 ICJ로 가져갈 경우 한일 간 쟁점인 '주권 면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 정황이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주목을 끌기 원치 않는 일본이 위안부 전선을 ICJ로 확대할 이유는 크지 않다.

우리 정부가 ICJ 제소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긴장감이 극도에 달한 한일관계를 진정 국면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신년 회견에서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솔직히 곤혹스럽다"면서 사법부 판결과 정부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음을 시사한 게 대표적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라는 점을 인정한다"며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문제제기는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ICJ 제소는 정부의 이같은 입장과도 배치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ICJ 재판이 성립되려면 한국과 일본 등 당사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단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는 외교적 도구로서의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 할머니의 이날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도쿄 외무성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가)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으로 발언한 것인지 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논평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대해 국가로서 자기 책임으로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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