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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육식 줄여야”… 먹는 문제로 불붙은 美中 '기후대응'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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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육식 줄여야”… 먹는 문제로 불붙은 美中 '기후대응' 경쟁

입력
2021.0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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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타임지 “中 과도한 육식이 탄소배출 주범”
中 “미국이 고기 먹을 때 우린 풀만 뜯어먹나”?
中 “2배 속도로 탄소 중립” vs 美 “못 믿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4년을 기다렸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미국은 속히 공백을 메우고 의무를 다하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27일 브리핑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달아오를 조짐이다. 2017년 6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지 4년 만이다. 파리협약에 복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친김에 4월 기후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미국이 등을 돌린 동안 무대를 장악한 중국은 존재감을 발휘할 기회를 맞았다.

美 타임 “中 과도한 육식이 탄소배출 주범”

중국의 한 양돈 농가. AFP 연합뉴스

중국의 한 양돈 농가. AFP 연합뉴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국이 먼저 중국인의 식습관을 문제 삼은 것이다.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이유에서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22일자 ‘메뉴에서 고기를 뺀 중국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육류의 28%를 소비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도한 육류 섭취가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타임은 다양한 수치를 제시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인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1960년대 5㎏을 밑돌았지만 개혁ㆍ개방을 거치면서 80년대 후반 20㎏로 늘었고, 다시 30여년이 지난 현재 63㎏로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중국의 육류 시장규모는 820억달러(약 91조원)로 팽창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20~50%는 축산업 때문”이라며 “중국이 축산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억톤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공격하면서 생활습관과 문화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기준, 중국이 122억5,500만톤으로 미국(64억9,200만톤) 보다 두 배 가량 많다.

中 “미국 고기 먹을 때 중국은 풀만 뜯어먹나” 반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뉴시스

중국은 즉각 반박했다. 중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중국은 44.4㎏인 반면 미국은 101.6㎏, 호주는 89.3㎏라고 맞받아쳤다. 소고기의 경우, 중국은 1인당 매년 4.2㎏을 먹는데 불과해 6배 많은 미국(26.2㎏)에 크게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돼지의 5배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도 중국은 한국, 베트남, 칠레, 미국에 이어 5위라는 게 중국 주장이다.

특히 중국은 “지구온난화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2017년 기준, 미국의 1인당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6톤으로 세계 평균의 3.3배, 중국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온난화의 주범은 서구인데, 저들이 고기 먹을 때 중국인은 풀을 뜯어먹어야 하나”라며 “중국 이미지에 먹칠하려는 근거 없는 비방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中 “탄소중립 달성 서구 2배 속도로” vs 美 “구체성 부족해 못 믿어”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2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2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양국 정부도 공방에 가세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선진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최대 배출시점으로부터 60년이나 지난 것”이라며 “반면 중국은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이후 30년 만인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는 60년 걸린 탄소 배출 감축의 속도를 두 배로 높여 30년 안에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을 향해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국제공조를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35개 개도국과 39건의 기후변화협력협정 체결하고 12억위안(약 2,053억원)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정(韓正) 상무위원 겸 부총리는 25일 기후적응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새로운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맞설 전 세계의 단합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못 믿겠다”며 어깃장을 놨다. 존 케리 기후특사는 2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화상회의에서 “중국은 탄소 제로(0) 목표를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2060년까지 뭔가를 하겠다고 중국은 말했는데 어떻게 도달할지 우린 아무런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중국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공장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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