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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성추행 인정... "서울시 낮은 성인지 감수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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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성추행 인정... "서울시 낮은 성인지 감수성 문제"

입력
2021.01.25 21:31
수정
2021.01.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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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조사요청 6개월 만에 결과 발표

지난해 7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에게 했던 언행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조사 한계는 있었지만 인권위는 "피해자 측 증거와 참고인 진술만으로도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과 관련해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의결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 A씨 측 변호인단과 지원단체들이 조사를 요청한지 6개월여 만이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성희롱은 업무·고용 등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한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일반적인 성희롱 개념뿐만 아니라 강제추행 등 성폭력 전반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늦은 밤 메시지와 사진 전송...네일아트한 손 접촉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밤 늦은 시간 A씨에게 부적절한 휴대폰 메시지, 사진, 이모티콘을 보냈다. 집무실에서는 네일아트를 한 A씨의 손톱과 손을 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피해자 휴대폰 등 증거 자료와 행위 발생 당시 피해자로부터 듣거나 메시지를 직접 본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에 근거할 때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직접 진술을 듣지 못하는 조사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참고인 조사로 확인한 행위들을 충분히 성희롱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판단 근거로 서울시청 시장실 현장조사, 피해자 면담조사(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조사(51명), 피해자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들었다.

인권위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며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므로, 인정된 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이 밖에도 △시장의 샤워 전·후 속옷관리 등을 업무 범위에 포함시킨 서울시의 비서 운용 관행 △시장 비서실 데스크에 20~30대 신입 여성 비서를 배치시키는 관행 △또다른 서울시 직원의 A씨에 대한 성폭행 발생 관련 비적극적인 조치 등도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방안 마련과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을 권고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지자체장에 의한 성폭력 발생 시 독립 기구에서 조사·처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 방조는 "객관적 증거 없다"...피소사실 유출도 결론 못 내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반면 서울시 관계자들이 A씨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하고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전보 요청이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방조 혐의는 경찰 역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안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객관적 증거 확인이 어렵다 해도 성희롱의 속성과 위계 구조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을 친밀한 관계로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인권위에 강제조사권이 없는 탓에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나 유력한 참고인 진술 일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피소 사실 유출 경로는 검찰이 지난달 발표한 수사 결과를 통해 '여성단체 관계자→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라는 점이 드러난 터라, 이후 논란이 지속될 여지는 적다.

피소 사실 유출 과정을 상세히 발표한 검찰에 이어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인권위까지 조사 결과를 내면서, 경찰을 향한 '부실 수사' 비판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가족의 명예 등을 이유로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나 직원들의 방조가 없었다고 판단한 근거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인권위 발표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가야 할 부분이 언급돼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피해자 일상을 끝도 없이 파괴하는 2차 가해자들은 당장 멈추고, 서울시는 A씨에 대한 또다른 성폭력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자를 징계하는 등 엄중 조치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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