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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실업’보다 더 두려운 것

입력
2020.11.1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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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대통령 3분기 성장에 “경제 청신호” 반색
100만 실업, 제조ㆍ상시직 취업 위축은 외면
미래 성장ㆍ일자리 위한 ‘전략 행동’ 미흡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에 대해 "경제 회복 속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수보회의 자료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에 대해 "경제 회복 속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수보회의 자료사진. 연합뉴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엔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더 안쓰러운 건 고단한 현실과 마주하기보다, 그걸 애써 외면한 채 미덥지 못한 희망 속에서 위안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색했는데, 그때도 왠지 썰렁한 느낌뿐이었다.

한국은행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2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였다. 대통령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고무된 표정이 됐다. 이어 “수출이 중심 역할을 했다”며 “경제회복의 속도가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분기 GDP 속보치는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9%를 기록했다는 게 골자다. 1ㆍ2분기 연속 성장세가 위축됐던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은 건 맞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걸 반색하고 경제회복의 청신호 운운하는 건 왠지 공허하다. 우선 3분기 성장이 플러스로 전환된 건 기준시점을 -3.2%나 역성장한 2분기로 잡음으로써 나타난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제 전년 동기대비로 3분기 성장률을 계산하면 -1.3%가 나와 경제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수출 회복 기대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상품 수출이 15.6%나 증가한 건 반갑지만, 그 역시 1963년 4분기 -24% 성장 이래 최악이었던 지난 2분기 수출 -16.6% 역성장의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업계에선 지난 3월 연고점(달러당 1,280원) 대비 170원 이상 낮아진 최근 환율 하락세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수출 ‘V자 반등’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얘기가 많다.

긴가민가 싶은 3분기 성장지표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지표는 지난 11일 발표된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악화한 9월 고용동향을 언급하면서 “10월부터는 고용 개선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회복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등을 감안한 기대였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10월 취업자 수는 되레 42만1,000명 급감했는데, 이는 6개월 만의 최대치였다. 실업자 또한 102만8,000명으로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고용은 장기 업황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0월 고용동향 중 전년 동기 대비 9만8,000명이나 줄어 올 들어 최대 감소폭을 보인 제조업 취업자 수 상황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상용직 취업자 수가 정체 상황인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상용직 취업자 수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했지만, 8월 이후 증가세가 급락해 10월엔 1만4,000명 증가에 그쳤다. 제조업과 상용직 취업자 수 위축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능력이 고갈되고 있는 현실을 아프게 드러내는 통계다.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외면하는 것보다 두려운 건, 좀처럼 현실을 타개해 나갈 ‘전략적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린뉴딜’이니 뭐니 하며 수십, 수백조 원의 정부투자만 집행되면 저절로 경제가 활성화하는 게 아니다. ‘공정경제 3법’만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경제활력법안 추진과 규제 완화에도 탄력이 붙어야 한다. 또 임기 내 노동법 개정에도 나서 기업의 고용 여건을 제고하는 한편, 극심한 ‘노동 양극화’ 해소에도 진전을 이뤄야 한다. 막연한 희망과 ‘외눈박이 정책’ 만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기약하긴 어렵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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