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심각한 노동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자를 형사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두고 애초 이 법안에 긍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갈수록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논의했지만 "취지가 존중돼야 하고 어떻게든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저울질해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일지 따지는 중이라고 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더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적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노동절에도 "안전한 일터로 산재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불과 2개월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해마다 2,000명의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희생되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며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박주민·우원식 의원이 한국노총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제안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재해 건수가 줄고 있지만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를 동반하는 중대 재해의 경우 감소폭이 미미하다. 정의당이 열성이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정반대 정책 방향인 보수 야당 국민의힘까지 동참하고 나선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얼마나 폭넓은지 보여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여당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접근법과 정의당이나 박주민 등이 발의한 민주당 의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중대재해 발생 원청 기업 경영주에 대한 처벌 하한선을 두었느냐는 점이다. 정의당 등의 법안에서는 안전·의무 조치 위반으로 사망 사고를 낸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는 2, 3년 이상의 징역을, 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책임자는 그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노동 조건 개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여당이 "가혹하다"는 기업의 주장을 핑계 대며 좌고우면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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