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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재 사건이 일깨운 위태로운 ‘코로나 아이들’

입력
2020.09.1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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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 살던 열 살, 여덟 살 형제가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어머니가 밤새 집을 비운 새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뉴스1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 살던 열 살, 여덟 살 형제가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어머니가 밤새 집을 비운 새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뉴스1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 살, 여덟 살 형제가 어른 없이 집에서 둘만 있다가 불이 나 의식불명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법원의 관리망을 벗어난 학대 피해 아동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웃들은 홀로 형제를 키워온 친모를 2018년부터 세 차례나 신고했다. 방임과 학대가 의심돼서다. 형제끼리 먹을 것을 사러 분식점과 편의점을 들락거렸고 밤엔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한다. 형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했다. 기관에선 친모에게 아이들을 지역아동센터에 보내 급식과 교육을 해결하도록 주문했지만, 친모는 따르지 않았다. 올해 5월 결국 기관이 경찰에 신고했고 폭행 등 친모의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다.

아쉬운 장면은 이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친모와 아이들을 격리 보호하도록 하는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우울증을 앓는 친모가 치료 의지를 보인다며 격리 조치 대신 형제가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위탁 보호 처분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담은 이뤄지지 못했고 친모가 밤새 집을 비운 다음 날 아침 아이들끼리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교는 등교 대신 비대면 수업을 하고 관계 기관도 대면 접촉 활동을 줄이면서 아이들이 철저히 보호ㆍ관찰의 사각지대에 놓인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하니 아찔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돌봄 휴가 확대나 보육료 지원, 긴급 돌봄 서비스 등을 시행해왔으나 안타깝게도 취약층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수반되는 고통은 취약층일수록 가중되며, 복지 공백의 피해는 가장 약자인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지자체, 관계 기관이 세심히 현장을 살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상을 입은 어린 형제가 쾌유하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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