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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국자 상주 역할 불가" 통보하고 박주신만 허용한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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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입국자 상주 역할 불가" 통보하고 박주신만 허용한 서울시

입력
2020.07.19 16:18
수정
2020.07.19 23:3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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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지침 묻는 보건소에 공문 보내
서울시 "7월 질본 지침 바뀐대로 한 것" 해명
서울시내 병원들은 "변경 지침 들은 바 없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가 11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박 씨는 이날 인천공을 통해 입국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가 11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박 씨는 이날 인천공을 통해 입국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관내 보건소에 '해외입국자 상주 불가' 지침이 담긴 공문을 보내놓고 정작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상주 역할은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든 지침을 스스로 어긴 것이어서 "방역도 사람 신분을 가려서 하냐"는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1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시 병관리과는 지난 4월말 서울 광진구보건소가 요청한 '장례참석자의 자가격리 면제서 적용 관련 질의'에 "상주로서 장례 전반을 주관하거나 문상객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하다"라며 "다만 조문 전 단계(입관 등) 및 후 단계(발인 등)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참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당시 광진구보건소는 주신씨처럼 부친 사망으로 미국에서 입국 예정이었던 A씨가 자가격리 면제를 받은 경우 상주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서울시에 질의했다. 한국일보는 광진구 질의에 대한 서울시의 공식 답변 문서를 최근 확보했다.

서울시는 해당 공문에서 "상주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할 경우 방명록 기록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비노출자를 접촉하게 된다"며 "보호장구를 착용해도 3일간 같은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고, 음식 등을 대접하며 동선이 고정돼있지 않으며 다수 문상객을 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접촉 범주가 매우 넓고 강도도 낮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장구 철저 착용 여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장례식장은 치료시설이 아니라 대상자의 독립된 환복장소 등의 격리시설을 확보하고 이용수칙을 적용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자가격리 면제자의 상주 불가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 서울시장 장례식에서는 자신들이 하달한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주신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음성 판정을 받고 오후 8시 40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당시 주신씨는 마스크를 썼을 뿐 방호복 착용 없이 검정색 상복 차림으로 빈소에 입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지침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즉 4월 지침에는 격리면제 대상 및 발급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7월부터 적용된 새로운 지침에는 ‘인도적 목적으로 자가격리 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어 주신씨가 부친 장례식 전반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해명과 달리 서울 시내 종합ㆍ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장례식장들은 대부분 지난 4월 서울시의 답변을 참고해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변경된 지침을 통보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해외입국 자가격리 면제자의 빈소 출입을 통제하며, 예외적으로 보호구를 갖췄을 경우 일시적 출입을 허용한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입국 국가 등을 토대로 관내 보건소와 협의해 자가격리 면제자의 상주 역할 가능 여부를 결정해왔다"면서 "바뀐 질본 지침에 따라 서울시 지침이 바뀌었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말 서울시가 광진구보건소에 보낸 공문. 해당 공문에는 해외입국자 중 자가격리 면제자가 상주로서 장례 전반을 주관하거나 문상객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적시돼 있다. 독자 제공

지난 4월말 서울시가 광진구보건소에 보낸 공문. 해당 공문에는 해외입국자 중 자가격리 면제자가 상주로서 장례 전반을 주관하거나 문상객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적시돼 있다. 독자 제공


한편 주신씨가 공항 검역 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인륜적 문제로 입국하는 경우, 인천국제공항 자체 검사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신씨처럼 2시간 만에 검역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박 전 시장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난 고(故) 최종례 준장의 아들 최봉진(55)씨는 지난 10일 오전 4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검역소에 "부친상 때문에 공항에서 검사를 받을 수 없느냐"고 문의했지만 "모두 예외 없이 임시격리시설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기도 소재의 한 격리시설에서 검사를 받은 최씨는 입국 16시간 30분 만인 오후 8시30분에야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씨는 장례식장에 도착한 뒤에도 상주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최씨는 "외아들인데도 병원에서 장례식장 입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3일 동안 주차장에서 손님들을 맞았다"라며 "장지인 대전현충원으로 가는 버스도 병원 입구에서 탔다”고 했다. 최씨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주신씨처럼 공항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월말 서울시가 광진구보건소에 전달한 공문. 독자 제공

지난 4월말 서울시가 광진구보건소에 전달한 공문. 독자 제공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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