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단을 국유화한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생산과 서비스 사업을 국가가 운영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부 등 공공부문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을 법령으로 한정해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민간이 영위토록 하고 있다. 시장경제에 입각한 민간의 자유로운 비즈니스 활동이 훨씬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과 번영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20세기 사회주의의 몰락은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입증한 역사로 여겨진다.
□ 시장경제 체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공공부문이 직접 담당하는 게 폭넓게 양해되는 사업으로 ‘공공사업’과 ‘공익사업’이 있다. 공공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공익적 시설이나 설비를 재정을 투입해 건설,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둔 개념이다. 반면 공익사업은 필수 공공서비스(용역)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철도ㆍ도시교통ㆍ우편ㆍ전화ㆍ방송ㆍ전기ㆍ가스ㆍ수도 사업 등이 있다. 공익사업은 대개 공정거래법 예외가 인정돼 독점적 지위를 갖는 대신, 요금 등에서 정부 규제를 받는다.
□ 다만 공공과 민간의 사업 영역이 확고하게 나눠질 순 없다. 정부의 역할이나 공익성에 관한 판단이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민자고속도로나 KT&G 등은 전통적 공공ㆍ공익사업이 민간으로 넘어간 경우다. 반면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이 청년주택 임대사업에서부터 레저사업에 이르기까지 민간이 영위해 온 사업을 벌이는 일도 많아졌다. 문제는 공공부문이 민간 사업에 진출할 경우 발생하는 마찰과 부작용이다. 막강한 재정력과 각종 제도적 뒷받침을 받는 공공부문이 민간과 경쟁을 벌이면 해당 민간 사업자들이 무너지는 ‘구축 효과’가 나타나기 십상이다.
□ 다수 민간 사업자들이 무너지면 전체 고용과 생산의 양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공부문은 필사적 사업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에도 실패해 결국 시장만 죽이고 사업은 사업대로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연간 수십 억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실패한 ‘제로페이’만 봐도 그렇다. 최근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문제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사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빨리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횡포를 막겠다고 나섰다. 속 시원한 해결책 같지만, 편익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큰 하책(下策)이 될 위험도 커 보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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