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2차대전 이후 최대 위기
개인의 삶 붕괴는 사회경제적 손실
시나리오별 정확한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혼돈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 이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각국은 감염병을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전례 없는 경제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힘겨운 ‘전쟁’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임도 빨라졌다. 금융시장 안정화와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공급을 골자로 하는 비상금융조치가 단행되었고, 피해업체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방법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집중할지 아니면 전체 가구 혹은 개인을 대상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을 지원하는 정책과 개인 혹은 가구를 지원하는 정책은 모두 필요하며 적절한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사업체들이 줄도산하고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취약계층을 비롯한 개인의 삶이 온전히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번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지원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재의 경제적 여건에서는 경제 살리기와 기업지원만으로는 개인의 생존이 보장되기 어렵다. 인력 파견업체 및 하청업체 직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사업체에 대한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이 너무나 많다.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과 생계의 경계가 모호하며, 폐업을 면하더라도 가족의 생계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어려웠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여건을 고려하건대 이 사태가 길어지면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사업장이 생겨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취약계층의 생존은 결국 개인에 대한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가 초래하는 개인의 고통은 일반적인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외의 연구 결과는 재난이 남긴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장기간 개인의 삶을 잠식하며 자녀 세대까지 대물림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대량 실직의 희생자는 재취업이 되더라도 수십 년 동안 높은 사망의 위험에 직면하며, 아동기에 겪은 재난의 충격은 생애에 걸쳐 사회경제적 성과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경험은 국가경제가 빠르게 위기에서 회복되더라도 그 와중에 무너진 개인의 삶은 쉽게 재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재난으로 인한 삶의 붕괴는 개인의 불행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난소득 지원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한 개인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방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필자의 의견 몇 가지를 보태고자 한다. 첫째, 복지정책의 장기적인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ㆍ이념적 논쟁을 지양하고 국민의 삶을 현재의 재난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지켜낼 단기적ㆍ실용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지원 대상 선별 방식을 원칙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행정비용과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목표와 주어진 재원으로 취약계층을 충분히 지원하는 목표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는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자체의 독자적인 정책이 갖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재난의 전국적인 성격을 고려하건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잘 조율된 지원책이 요구된다. 지원의 규모와 방식이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나 단체장의 태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끝으로 현재의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비상상황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긴급한 지원을 서둘러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장기적인 예산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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