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비상사태선포, WHO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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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비상사태선포, WHO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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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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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30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긴급 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시험하고 있다. 이웃 나라의 지도자는 그 바이러스를 ‘악마’로, 세계가 겪는 시련을 ‘악마와의 전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감염병의 유행은 국가의 능력을 시험한다. 그런데 현대의 감염병은 초국가적으로 확산된다. 따라서 국제적 공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들이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효과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한 국제적 공조의 중심에 서 있는 조직이 바로 세계보건기구(WHO)이다.

한국시간 지난 1월 31일 새벽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이 비상사태, 즉 국제보건규약(IHR) 제12조가 규정하는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임을 선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게 결정을 권고한 긴급위원회 성명서의 내용 중 특기할 만한 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WHO가 중국에 전문가들을 파견, 합동 미션을 조직해 사태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메르스 사태 때 우리나라의 전문가들과 함께 조직한 합동평가단과 유사한 형태인데,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합동평가단을 먼저 가동해 본 후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지 않은 데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을 선포한 후 그러한 협력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합동 미션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과 대응 현황을 파악해 조치를 권고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와 지역에 대한 지원 및 그들과의 공조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둘째, 중국이 취할 조치를 열거했다. 여기에는 WHO 및 관련 기관들에 협조할 것, 공항만에서의 출국 검역을 실시하여 감염된 여행자들을 식별하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출국 검역을 철저히 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여행 제한을 국제사회가 최소화하기 위한 조건이다.

셋째, 당사국들에 대해서는 WHO가 여행과 교역에 대한 제한을 당장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이 주목된다. 만약 사람과 물자의 국제적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때에는 공중보건을 위한 정당화 사유를 48시간 내에 WHO에 통보하고, WHO가 그러한 조치의 적절성을 판단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아울러 당사국들은 인권존중의 원칙을 규정한 국제보건규약(IHR) 제3조에 따라, 특정 집단에 대해 낙인과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동 규약 제2부속서(Annex 2)가 규정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중에는 심각한 국제적 전파의 위험성과 해당 감염병이 여행 또는 교역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 제1차 긴급위원회 소집 당시에는 위기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기에 이르다고 판단했으나, 그 후 다른 나라에서 지역 내 전파가 전개되는 상황을 주시한 후 위기상황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중보건이 매우 취약한 나라를 제외하면 WHO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되어 있다. 질병의 초국가성에도 불구하고 질병 통제는 여전히 각국의 주권에 맡겨져 있다. 이는 역으로 WHO의 권고를 넘어서는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공중보건위기대응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2017년 WHO 국제보건규약 공중보건위기대응역량평가(JEE)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이를 보여 준다. 검역의 촘촘함과 신속한 실험실 진단 체계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귀결이지만, 또 한편으로 인권존중이 국제적 감염병 관리의 중요한 가치임을 생각한다면 과도한 조치로 인한 인권침해 또한 경계할 만한 일이다. 정부와 의료인 그리고 국민이 합심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감염병 관리의 사례로 기록될 것을 기대한다.

지영미 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긴급위원회 위원ㆍ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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