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9월 17일 경기 파주시 발병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16일 저녁, 방역 담당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경기 파주의 사육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의심된다는 보고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우리도 지속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방역 조치를 취해 왔지만 결국 염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남쪽에서도 돼지는 절멸 상태로 들어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부정적 보도가 나왔다. 한번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질병의 특성상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다.

발생 즉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지역별 위험도에 따라 방역 조치를 차별화하는 한편, 발생 지역과 접경 지역의 돼지를 살처분하거나 수매하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졌다.

다행히 10월 9일 이후 양돈농장에서는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ASF,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은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가축이 한꺼번에 희생되고 많은 사람이 고된 일에 투입된다. 직접 방역 비용은 물론 축제 취소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하면 가축 전염병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선의 방역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가축 전염병을 선제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방역에 적합한 축산 환경’이다. 농장이 소독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을 때, 축사 내ㆍ외부와 농장에 들어오는 차량을 꼼꼼히 소독할 수 있다. 또 울타리를 기준에 맞게 견고히 설치함으로써 가축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로부터 농장을 방어할 수 있다.

특히 차량의 농장 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2014년 이후 AI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 유입의 35%가 농장 출입 차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등 주요 축산 선진국에서는 사료 차량이 농장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사료통을 농장 밖에 설치하면 사료 차량이 굳이 농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 ‘축산농가의 참여와 협조’다. 결국 가축 전염병을 막을 최후의 보루는 농가다. 농장주와 근로자들이 축사를 출입할 때 장화를 갈아 신고 손을 씻는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축사를 꼼꼼히 청소, 소독할 때 가축 전염병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실제로 ASF가 확산될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농가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농장의 방역조치 요령을 공유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방역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하다. 구제역 백신이 소ㆍ돼지에 빠짐없이 접종되기 위해서는 농가의 적극적인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에서 모든 농가가 제대로 백신 접종을 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셋째, ‘방역 시스템의 제도화’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방역 시설과 올바른 방역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 축산 차량의 농장 출입을 최소화하려면 축산 법령에 이를 위한 시설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농가의 구제역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백신을 제대로 접종한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를 정책적으로 뚜렷이 차별화해야 한다.

가축 전염병은 번거로움보다는 편함을 추구하는 조그마한 빈틈을 파고든다. 농장 관계자로서는 사료 차량을 농장 안으로 들이지 않고, 축사 출입 시마다 전용 장화로 갈아 신는 것 등은 약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방역의 기본은 당연히 지킨다’는 자세로 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때 가축 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방역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차단 방역망을 촘촘히 만드는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축산 현장과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