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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코비치의 윔블던 우승 비밀

입력
2019.11.05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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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영국,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왼쪽)와 준우승한 로저 페더러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7월 14일 영국,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왼쪽)와 준우승한 로저 페더러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7월 14일, 영국 윔블던 테니스대회 결승전은 테니스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무려 4시간57분 동안 치러져 영국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울 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기였다. 로저 페더러는 2세트와 4세트를 쉽게 이긴 후 마지막 5세트에서도 두 차례 챔피언 포인트 기회를 잡았으나, 모두 놓쳤다. 반면 노박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송곳 같은 공격을 받아내며 결국 역전에 성공해 개인 통산 5번째 윔블던 트로피를 들었다.

□ 이 영화 같은 역전 우승에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미국 기업 공급망 분석업체 ‘라이트 체인’을 경영하는 테니스 애호가 에드 프레이절과 아들 앤드루가 테니스 전략 AI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코비치에게 제공한 것. 에드는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목적물을 옮겨야 한다는 점에서 공급망 최적화와 테니스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AI는 상대 선수의 반복 패턴, 랠리 시간 등을 고려해 상대 선수가 어느 지점으로 공을 넘길지 예측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조코비치는 고비마다 페더러의 공격을 정확히 반격할 수 있었다.

□ AI가 팽팽한 승부의 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는 분야가 테니스뿐일까.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AI에 주목하고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삼성전자가 AI 석학을 모아 5일까지 진행한 ‘삼성 AI포럼’은 올해로 3년째다. 지난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재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강조한 이후 우리 정부도 AI 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네이버 연례 개발자 행사에 깜짝 등장해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 AI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업이 투자를 집중하고 정부는 관련 규제 정비와 지원을 서두르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AI가 우리 사회에 이로운 기술이 되려면,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 정립이 중요하다. AI는 본질적으로 개발자가 작성한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개발자의 편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범죄 예측 AI는 흑인을 편파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우리가 개발해야 할 AI는 특정인을 승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이에게 공평한 혜택을 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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