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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속의 여론] 일본 불매운동이 국뽕? 2030은 자신감에, 60대는 국가 위해

입력
2019.09.07 0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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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이 3개월째 접어들었다.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는 유니클로 임원의 전망과 달리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내에서 일본산 제품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보도나 관광객 감소로 일본 소도시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식은 일본불매 운동의 효과와 영향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그러나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고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국뽕(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되어 있는 사람을 일컫는 은어)이라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 불매운동을 이끄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여론은 어떤 흐름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지난달 만 19세 이상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웹조사를 실시했다.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인식 및 현황 조사다.

◇국민 10명 중 8명 일본 불매운동 지지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일본 불매운동을 지지했다. 또 89%가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 및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항의 및 보복 차원에서‘(54%),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국가임을 보여주고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36%)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방사능 노출 피해에 대한 우려’(6%)도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었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란 답은 3%에 불과했다.

초창기 소비재와 일본 여행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점차 문화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재나 여행에 비해 문화 불매운동은 상대적으로 호응도가 낮다는 사실이다. 항목별로 불매운동이 바람직한 지 조사한 결과, 자동차 식품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공산품에 대한 불매운동의 찬성 의견은 80%를 넘었다. 반면 영화 및 애니메이션(70%) 음악(64%) 책(63%) 등 문화 영역에선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본 불매운동을 문화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엔 반대 여론이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송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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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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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부심 높은 40,50대가 주도

일본 불매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계층은 40대와 50대로 조사됐다. 인터넷 상에서 보면 일본 불매운동을 20,30대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실제 조사에선 50대 40대 30대 20대의 순으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의견이 높았다. 그렇다면 왜 4050일까.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는 국가 자부심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수록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비율도 컸는데, 국가자부심이 0점으로 매우 낮은 집단에서는 68%, 4점으로 가장 높은 집단에서는 92%가 일본 불매운동을 지지했다. 40,50대는 바로 이 국가자부심이 가장 높은 세대다.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20,30대는 우리가 일본보다 낫다는 자신감

반면 20대와 30대는 다른 연령에 비해 국가 자부심은 낮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60대보다 일본 불매운동에 높은 지지도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20,30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한국과 일본이 대등하다는 인식이 강한 세대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선진국이거나 양국이 비슷하다는 인식은 20, 30대에서 60%를 넘었다. 이들은 한국의 기술, 품질, 문화 수준이 모두 일본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세대다. 들끓는 국가 자부심은 없지만 ‘품질이든 문화 수준이든 우리가 더 나은데 왜?’라는 자신감이 청년층의 일본 불매운동을 추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익보다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20,30대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매국으로 비난하고 개인의 선택을 제약하는 전체주의적 선동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응답자의 70%가 불매운동 참여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므로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불매운동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은 30%였다. 특히 20,30대에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81%로 높게 나타났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젊은 층에서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국익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경향과 맞닿아 있다. 국익과 개인의 권리가 충돌했을 때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젊은 세대로 갈수록 높아 20대에서는 74%였다. 반면 60대 이상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부 국민의 희생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55%에 달했다. 국가자부심 척도 중 하나인 ‘국가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가를 돕겠다’는 항목에서도 비슷한 세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은 20,30대는 60%에 그친 데 비해 60대 이상은 89%나 됐다. 이처럼 세대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국가를 돕겠다는 생각이 다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송정근 기자
송정근 기자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여론이 대다수인 가운데 이를 추동하는 기저에선 세대마다 차이를 보였다. 40,50대가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 자부심으로 불매운동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20,30대는 일본과 대등한 국력을 지녔다는 자신감이, 60대에선 개인을 희생해서라도 국가를 도와야 한다는 집단주의적 정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과거의 애국주의적 동원 대신 각자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민인식의 변화는 이번 불매운동의 돋보이는 특징이다.

김보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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