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군의 경계 실패와 무분별한 흔들기

입력
2019.08.22 04:40
29면
0 0
군은 이번 기회에 경계작전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데 주력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경솔한 비판과 행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군은 이번 기회에 경계작전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데 주력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경솔한 비판과 행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은 사면초가다. 북한은 수 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중국ㆍ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함은 물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까지 침범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인한 한일 간 갈등의 여파는 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을 폄훼하고, 우리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안보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집단이 바로 군이다. 그러나 일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아직도 북한의 소형목선과 모 부대의 거동수상자 사건 등 군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빌미삼아 군을 무분별하게 흔들고 있다. 물론 군은 경계작전 실패와 은폐·축소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군 관련 사건들이 쟁점화 되는 과정에서 언론과 우리사회 일각에서 나타난 군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심지어 문제의 원인을 남북 군사당국 간의 ‘9ㆍ19 군사합의’와 연관시키며,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군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원인이 ‘9ㆍ19 군사합의’에 있다고 주장하려면 이러한 현상들이 ‘9ㆍ19 군사합의’ 이후 새롭게 나타난 문제이거나, ‘9ㆍ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과 사건 간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9ㆍ19 군사합의’ 이전에도 지상과 해상에서 ‘경계실패’로 규정될 수 있는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즉, 경계태세 관련 논란은 ‘9ㆍ19 군사합의’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필자는 지난 남북미 정상이 최초로 판문점에서 만난 역사적인 사건으로 비춰볼 때 이러한 여건이 조성된 것은 그동안 남북 군사당국이 ‘9ㆍ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더 이상 ‘9ㆍ19 군사합의’를 군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최근 군에서 발생한 사건들의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고 내재되어 있던 매너리즘과 군 경계작전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군은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해 작전과 전력 운영의 변화를 주어야 함에도 항상 해 오던 작전이라고 판단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기회에 경계작전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편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군에서 발생한 지난 사건들로 무분별하게 군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군을 지적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의도를 가지고 정확한 진단 없이 군을 무분별하게 비판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자처하고 오히려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경솔한 비판과 행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려운 안보상황을 맞닥뜨린 작금의 현실 속에서 더 이상 군을 무분별하게 흔드는 언행은 우리나라의 안보에 득이 될 것이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외세의 압박과 위협이 커질수록 군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군이 부여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믿고 성원해 줘야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군은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안전판이자 최후의 보루임을 잊지 말자.

공평원 연세대 안보전략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