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유경제의 총아였던 우버
자영업자 수입 착취 괴물로 전락
‘타다’, ‘제2 우버’될 소지 없을까
서울 도심에서 '타다'차량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영업 이후 9개월간 6,400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타다를 ‘국민 편익 중심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대체로 자기소개가 장황하고 복잡할수록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타다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자타 공인 공유경제 전도사다. 국내 벤처 1세대 대표주자로 2007년 다음 대표를 그만둔 후 11년 만인 지난해 공유경제를 앞세우며 쏘카 대표로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공유경제 플랫폼 기업 하나를 잘 만들면 수백만 자영업의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플랫폼 기업에 투자했더니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보이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가 한 여러 발언에 비춰보면 그는 ‘공유경제’와 ‘플랫폼 기업’을 동의어로 사용한다. 과연 그럴까.

주차된 이웃 차를 빌려주는 ‘집카’가 2000년 등장하고, 2004년 빈방이나 거실을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카우치 서핑’이 만들어지면서 태동하기 시작한 이 새로운 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공유경제’란 이름을 얻고 널리 확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는 고장 난 자본주의 체제의 치료제가 될 거라는 기대까지 모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이웃과 나누면 과소비가 줄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공유를 통해 이웃 간 친밀한 공동체가 형성되며, 프리랜서들은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줄을 이었다. 이런 열광은 벤처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얼마 안돼 공유경제의 필수요소인 공동체적 유대는 사라지고 거대 자본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2016년 이후 공유경제는 소수 플랫폼 기업이 저임금 임시직 등 경제 약자를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사기극’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빈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는 거액 펀딩에 성공하자마자 세계 최대 부동산회사와 제휴한 괴물로 변해 중소 숙박업체를 질식시키고, 세계 곳곳에서 임대료를 올려 세입자를 몰아내는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다. 중국에서 유행한 공유 자전거 사업 역시 거대 기업의 과잉 경쟁 속에 산처럼 쌓인 자전거 무덤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된 플랫폼 기업은 역시 ‘우버’다. 택시 기사들의 저항이 잠잠해지자, 이제는 우버 운전자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우버는 운전자들이 시간당 19달러를 번다고 홍보한다. 최저임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들은 직원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다. 보험, 수리, 각종 세금은 물론 유류비도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제하면 시간당 9.2달러로 줄어든다. 이런 열악한 대우 때문에 우버 운전자 중 96%가 1년 내에 일을 그만둔다. ‘운송의 미래’라는 화려한 간판과 시가총액 735억달러(약 86조5,589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의 수익 모델이 결국 영세 자영업자 수입 쥐어짜기인 셈이다.

타다는 우버와 얼마나 다를까. 운전자들은 규제 때문에 인력 공급업체의 파견 형식인데, 시급 1만원(피크타임 1만2,000원) 정도다. 유류와 자동차 보험료를 회사가 부담한다는 정도가 우버보다 운전자에게 유리하다. ‘타다’ 사업구조 어디에서도 “자영업자 소득을 늘려주겠다“던 이 대표 약속을 찾기 힘들다. 오로지 독점적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만 있을 뿐이다.

벤처 자본의 공격에 뿔뿔이 흩어졌던 초기 공유경제 지지자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역별로 자동차정비나 시설관리, 아이 돌봄 서비스를 중개하는 비영리 플랫폼 ‘로코노믹스’, 지역 경제를 중시하며 에어비앤비의 대안으로 등장한 ‘페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더 이상 대기업의 ‘플랫폼’을 ‘공유경제’와 혼동하지 말고, 진정한 공유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 앞서 ‘타다’는 공유경제 흉내내기를 그만두고, 고급 택시 서비스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어떨까.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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