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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의 매’는 정당화될 수 없다

입력
2019.07.08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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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교육의 하나로 부모 체벌을 용인해 온 일본에서 내년 4월부터 이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달 19일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미국, 스웨덴 등 전 세계 54개국이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인정하는 나라 중 하나였던 일본조차 개정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변화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지난 5월,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는 가정 내 체벌을 없애기 위해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체벌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명백하게 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은 여전히 가정에서 체벌이라는 명분으로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친권자 징계권’ 조항을 59년 동안 유지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정 내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합리화하며 당연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필자가 아동학대 현장에서 경험한 학대 행위자의 체벌에 대한 정당화는 “잘못했으니까 종아리 한 대 정도야” “나도 맞으면서 컸어. 다 그렇게 크는 거야”라는 것이었다.

2017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70% 이상이 부모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잘못된 훈육 방식이 재학대로 이어지고, 심각하게는 아동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회초리로 가볍게 종아리를 때리는, 훈육의 일환으로 체벌을 시작하지만, 그 끝은 훈육의 수위를 넘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저촉되는 사건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담당했던 많은 사례 중에서 친부 A씨의 첫째 아들 B군이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친부 A씨가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의 허벅지를 손으로 때렸다. 그러나 그 빈도와 수위가 훈육의 범위를 넘어 주먹으로 아이의 얼굴을 때리거나 발로 배를 차는 등 감정적인 부분으로 확대되어 경찰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수차례 신고되기에 이르렀다. 학대행위자인 친부 A씨는 아동에게 학대행위 사실에 대한 은폐를 종용하고, 진술을 오염시키는 등 학대 행위에 대해 개선되지 않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이로 인해 친부 A씨는 수사 진행 과정에서 아동학대처벌법 제19조(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에 의거, 가정에서 퇴거 및 아동과의 격리조치가 이루어졌다. 아동에 대한 친부의 접근금지 조치도 이루어졌다.

실제 ‘사랑의 매’로 시작된 체벌은 성장하는 아동에게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비롯해 낮은 자존감과 내면의 우울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할 가능성이 크며, 성인이 되어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 한 언론기관에서 강력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을 조사해 본 결과, 부모의 학대로 인해 성장기에 고통을 받은 경우가 약 70%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부적절한 양육 환경과 아동학대 경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책임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체벌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원천적으로는 ‘자식은 나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아동은 연약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ㆍ부모ㆍ보호자 등을 아동 권리를 실현하는 주요 의무 이행자로 인식하며, 시민으로서 아동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매’는 없다. 어른들이 행하는 변명의 수단일 뿐.

최진송(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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