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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스칸데르

입력
2019.05.3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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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에 왕위에 올라 그리스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Alexander) 대왕은 호칭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중동 지역에선 이스칸데르(Iskander)로 불렸다. 원래는 ‘알이스칸데르’로 발음이 됐는데 아랍어의 알(Al)은 영어의 더(The)처럼 정관사로 쓰여서 ‘알’을 뺀 ‘이스칸데르’가 이름인 줄 알고 사용되다 그대로 굳어졌다.

□ 러시아가 1996년 새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을 이스칸데르로 명명한 데에선 알렉산더가 세운 대제국에 버금갔던 옛 소련에 대한 향수가 엿보인다. 미국과 소련은 1987년 12월 중거리핵전략조약(INF)으로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 탄도ㆍ순항 미사일 폐기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해 모스크바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배치하자 러시아도 대응 차원에서 이스칸데르를 개발했다.

□ 서방 세계는 긴장했다. 최신형인 이스칸데르-M은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저고도(50㎞)를 마하 6.1의 속도로 순항한다. 그러다 목표지점 근처에서 급상승했다 70도 각도에 마하 10이 넘는 속도로 낙하하는 회피 기동을 해 요격이 어렵다. 핵탄두도 탑재 가능하다. 러시아는 사거리가 450㎞로 INF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실제 사거리가 600㎞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달 초 쏘아올린 발사체는 모양과 성능이 이스칸데르 판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무기라고 애써 외면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분명해 보인다.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신무기를 시험해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 당국은 여전히 분석 중이다. 중요한 건 ‘신무기’가 남한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의 최신형 페트리엇(PAC-3 MSE) 미사일을 도입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의 탄도 미사일 ‘현무-2’ 역시 이스칸데르 기술이 적용돼 제작됐다는 점이다. 이스칸데르 기술은 2001년 러시아제 무기 도입 당시 함께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기술을 남북한에 모두 판매한 셈이다. 한반도 분단과 대결로 이익을 얻는 건 주변 강대국들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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