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중관계의 변화와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1월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이 추진되고 있다. 시 주석 방한 가능성을 짐작하게 할 만한 지방정부 수장들의 ‘사전 답사’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궁정(龔正) 산둥성 성장의 3박 4일 한국 방문 일정이 끝나자마자, 지난 5일 마싱루이(馬興瑞) 광둥성 성장이 한국을 찾았다. 19일에는 창춘시 부시장이, 5월 말에는 장쑤성 당서기와 충칭시 시장의 서울 방문 또한 예정되어 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 수장들의 대기업 방문 소식은 시 주석의 ‘통큰 선물’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 45조 원 규모의 대형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는 소식은 관광업계 등을 중심으로 ‘한한령’(限韓令) 전면해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시 주석의 방한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때문일 것이다. 붉은 대륙의 수장답게 빨간 선물 보따리를 짊어지고 오길 기대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외교활동인 정상외교가 언제나 경제 이슈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외교는 경제를 위해 복무’(外交爲經濟服務)해야 한다는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 국가전략의 주요 방침 역시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주변국외교, 특히 정상외교는 경제보다는 정치안보 이슈가 핵심이었다. 2010년 중국 칭화대의 ‘국제정치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양샤오(楊霄)와 장칭민(張淸敏)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중국 고위층의 해외방문이 양국 경제무역관계에 끼친 영향은 국가유형별로 차이를 보였다. 그중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주변국에 대한 중국 고위층의 방문은 양국 경제무역 관계에 매우 제한적인 영향만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유형과 상관없이 중국 고위층의 해외순방이 방문국가와의 경제무역관계에 끼친 긍정적 효과는 평균 1~2년 정도로 매우 한시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7월 시주석 방한 이후 1년 사이에 한중 간 수출·입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간 경제 상호의존 관계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 주석의 방한이 가지는 정치적 파급력이 작은 것은 아니다. 관건은 방문의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이냐이다. 특히, 사드배치 이슈로 냉각된 한중관계를 회복시키는 문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관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시 주석이 임기 내 1회 방한이라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방문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기업 관계자 등과 직접적인 소통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내 중국전문가가 부재하고, 중국이 외교관들의 근무 기피 국가가 된 현 상황에서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지방정부, 정세 변화에 민감한 기업인들을 포함한 여러 분야 인사들의 경험과 지혜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인적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문으로 한순간에 실질적인 정치적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양국 간에는 북핵 이슈에서 미세먼지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심지어 2018년 작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26.8%에 달했다. 좋든 싫든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직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국가가 된 것이다.

2014년 7월 시 주석은 기존의 관례를 깨고 북한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하였다. 그리고 사드배치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 양국은 ‘표면적’으로 역대 최고의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혹은 성사시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표면적일지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만들어지길 희망해 본다.

이민규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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