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실패 책임 외면하는 청와대 고집
고양이발톱 세우듯 하면 무슨 득 되나
매번 새는 바가지 내일이라고 안 샐까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과 민주당의 비판에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 트윗을 날리고, 언론들은 대통령이 얼마만큼 거짓말을 했는지 숫자놀음 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특히 대통령의 고전적 면모와 거리가 먼 트럼프의 전투성은 개인 캐릭터뿐 아니라 비주류에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사법방해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로 곤궁해진 처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특검 수사 결과지만 대통령과 야당, 언론의 적대성이 완화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되는 모양새라 엇나간 관계는 갈수록 벌어지는 형국이다. 이 정도면 절제의 미를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바다 건너 대국의 정치 난맥상이 남 일 같지 않다. 무엇보다 청와대 반응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어 우려된다. 어차피 야당이나 언론은 비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주어진 일이고 청와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치적 긴장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정운영 책임을 진 쪽의 대범한 처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6자 회담 수석대표였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한때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하다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계획인 2007년 2ㆍ13합의 직후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던 천 전 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 상대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 대해 “굉장히 진실한 사람이다. 믿을 만하다”고 평했다가 북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부적절한 언사라는 보수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얼마 뒤 김계관을 만나 “내가 당신을 옹호하다 매를 맞았다”며 문제의 사설을 코팅해 건네줬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협상 상대의 신뢰를 쌓는 방편으로 삼은 발상의 전환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외신보도 인용 발언을 두고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며 발끈한 청와대 대응이 ‘하급’으로 보이는 이유다. ‘사정이 허락하면 야당의 비판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전하겠다’고 했다면 세련된 되치기가 됐을 터다. ‘사실(Fact)과 인식(Perception)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양이 발톱 세우듯 하는 게 무슨 득이 되겠는가. 인식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여당이나 키보드 워리어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이런 성마른 대응보다 더 문제인 것은 현실과 사실을 외면한 청와대의 자기 합리화 경향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 파동과 관련한 청와대의 대응은 일종의 인지부조화 행태를 연상케 한다. 국민 눈높이는 물론 정권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괴리가 큰 장관 후보자 발탁과 부실 검증 책임을 온전히 떠안기보다 “뭐가 문제냐” “책임질 일이냐”는 식의 반응은 인터넷 용어로 ‘쉴드 친다’는 맹목적 방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것이 김의겸 전 대변인 사퇴 이후 언론브리핑을 맡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실수라기보다는 폐쇄적 집단사고에서 기인한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윤 수석은 이 정권의 첫 번째 지명 철회 사례가 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자제의 황제유학 논란에 대해 “3,000만원짜리 포르셰를 탄 게 왜 문제냐”는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되자 다음날 “그 말은 검증팀이 판단했다고 했는데 언론이 곡해했다”며 반박해 보라는 듯 해명했다.

정권 출범 이후 부실 검증에 따른 장관 후보 줄낙마 사태를 매번 겪고도 집단사고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사 실패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들끓는 경질 요구에 대해 “문제가 없으니 조치도 없다”는 대책 없는 담대함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닌가. “두 달 이상 충분한 검증기간이라면 일반기업 말단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해도 청와대 검증 결과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신랄한 책임 촉구도 정권 발목잡기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어제 오늘 줄줄 샌 바가지가 내일은 새지 않을 것이란 청와대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정진황 뉴스2부문장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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